미국과 중국이 자국 주재 상대국 언론에 대한 보복 대응을 주고받으면서, 언론 분야가 양국 갈등의 새로운 최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가 <뉴욕 타임스> 등 3개 미국 언론사 소속 미국인 기자의 기자증을 열흘 안에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기자증은 중국 거류비자(사증)과 연계돼 있어 사실상 추방을 통보한 셈이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 주재 상대국 언론사에 대한 보복 대응을 주고 받으면서, 언론 분야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최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8일 새벽 ‘미국의 중국 언론사 제한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조치’란 제목의 성명을 내어 이같이 밝히고, “중국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언론사에 대한 미국 당국의 제한조치에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쪽 ‘대응조치’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중국에 주재하는 <미국의 소리>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타임> 등 5개 미국 언론사 쪽에 인력과 재무상황, 업무현황과 보유 부동산 내역 등을 신고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달 18일 <신화통신>을 포함해 미국 주재 중국 관영매체를 ‘외국정부 산하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미 국무부가 요구한 내용과 일치한다. 당시 중국 쪽은 자국에 비판적인 칼럼을 게재한 사실을 이유로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3명을 추방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둘째,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소속으로 중국에 주재하고 있는 미국인 기자 가운데 올 연말까지 상주기자증 갱신 대상자는 10일 안에 기자증을 반납하도록 했다. 또 기자증 회수 이후엔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과 마카오에서도 취재활동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 당국이 본토에서 추방된 외신기자의 홍콩 취재까지 금지시킨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외교부가 발행하는 상주 외신 기자증 유효기간은 최장 12개월에 불과하다. 또 기자증을 발급받아야 취재활동을 위한 거류비자(J1)를 발급받을 수 있다. 기자증 회수를 통해 사실상 3개사 소속 미국인 기자 전원을 추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2일 <신화통신> 등 4개 자국 주재 중국 관영매체에 대한 상주비자 허용 기준을 기존 160명에서 100명으로 제한한 바 있다. 나머지 60명을 사실상 추방한 셈이다.
셋째, 중국 외교부는 자국 주재 미국 기자에 대한 비자 발급 및 연장 문제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 쪽의 반응에 따라 추가 대응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모든 조치는 미국 주재 중국 언론기관이 겪은 비이성적 탄압에 대한 상호주의적 원칙에 따른 대응이며, 모든 측면에서 합법적이며 정당한 자기방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아 더 많은 정보와 투명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 쪽이 재고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문가의 말을 따 “이번 조처는 제조업 공급망과 금융 분야는 물론 언론과 학계 등 정보·지식 분야에서도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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