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진 코로나19 발생 원인을 두고 중국과 미국이 ‘치기 어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 대사를 불러서 항의했다. <로이터> 통신은 14일 국무부 당국자의 말을 따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추이 대사에게 ‘엄중 항의’했으며, 추이 대사는 ‘매우 수세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피하기 위해 중국이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어리숙한 행태”라며 “미국은 중국인은 물론 세계인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같은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같은 반응은 지난 12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올린 ‘도발적인 글’ 때문이다. 자오 대변인은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이 하원 청문회에서 유행성 독감 증세로 숨진 환자 가운데 사후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미국에서 코로나19 첫 감염 사례는 언제 나왔으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됐고, 이들을 치료하는 병원은 어디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지난해 10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를 거론하며, “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코로나19를 우한에 전파했을 수도 있다”며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라. 미국은 중국에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과 미국이 신경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월 말 미국이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중국인의 미국 입국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자, 화춘잉 중국 외교부 수석 대변인은 미국에서 발생한 독감으로 수만명이 사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을 비난한 바 있다. 화 대변인은 13일 트위터에 “미국에서 독감으로 진단받았던 일부 사례는 실제로는 코로나19로 밝혀졌다.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 쪽에선 코로나19 창궐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계속 강조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로 불러 중국의 반발을 사왔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중국의 초기 대응이 늦어 화를 키웠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도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국민 연설에서 코로나19를 “외국 바이러스”로 규정하고 “그들(중국)도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고, 우리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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