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7일 코로나19 예방·통제를 이유로 3월초로 예정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연기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3월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 모습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왼쪽 둘째)이 중국 국가를 부르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코로나19가 중국 최대의 연례 정치행사마저 집어삼켰다. 중국 당국이 17일 코로나19 예방·통제를 이유로 3월초로 예정됐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연기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양회 개막이 늦춰지는 것은 35년 만에 처음이며, 특히 ‘3월초’ 양회가 열리지 않는 것은 1995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오후 “베이징에서 열린 제13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47차 위원장 회의에서 2월 하순 전인대 상무위를 열어 전인대 연기 문제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말 중국은 13기 3차 전인대를 올해 3월5일 개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의회 격인 전인대와 마찬가지로 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도 이날 주석회의를 열어 새달 3일로 예정된 13기 정협 제3차 회의 연기를 검토했다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보도했다.
짱톄웨이 전인대 상무위 법제공작위원회 대변인은 <신화통신>에 “전인대 대의원 3천여명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성·시급 대의원들, 방역의 최일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방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의 깊은 평가를 거쳐 전인대 연기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짱 대변인은 “현재 상무위 실무기구에서 전인대 연기 결정문 초안을 마련 중이며, 24일 상무위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포함한 주요 의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협이 국정 자문기구 성격이라면, 전인대는 국회 격으로 국무원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새해 국정 방침과 경제정책 등을 국내외에 밝히는 정치적으로 상징적인 자리다. 그럼에도 이번에 양회 전격 연기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민심 이반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8천여명이 몰리는 대규모 행사를 치르는 것에 대한 방역 부담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인 1978년부터 매년 양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1985년부터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월 양회 전통을 이어왔으며, 1995년부터는 전인대와 정협 회의를 각각 3월3일과 5일부터 약 2주간 열었다. 중국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이 창궐했던 2003년 3월에도 예정대로 양회를 열었다.
양회 연기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국 방문 등 외교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 주석은 4월 방일, 상반기 방한 계획을 잡고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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