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 상하이 남부철도역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승객들의 여행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사태가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 가운데 중국 누적 사망자는 811명으로 늘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지난 1월 한달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판정을 받은 138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이 병원 안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아닌 것으로 여겼던 환자들에 대한 대응이 너무 늦어 병원 내 감염 확산을 불렀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실증 사례로, 한국 등 다른 지역에서도 ‘병원 내 감염’ 확산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 우한대 중난병원 의료진 7명은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공동 발표한 논문 ‘138명 환자의 임상적 특성’에서 1월1~28일 이 병원에 입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138명을 분석한 결과, 57명(41%)이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병으로 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감염된 환자는 17명이고, 나머지 40명은 의료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된 의료진 40명 가운데 31명은 일반병동에서 근무하다 감염됐으며, 나머지는 응급실(7명)과 집중치료실(ICU·2명)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복부 통증으로 외과에 입원했던 환자 한명이 외과 의료진 10명 이상을 감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병실에 있던 환자 4명 중 1명이 발열 증상을 보이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됐는데, 이후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 3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병원’이 오히려 코로나 집단발병에서 뜻밖의 매개 루트로 드러난 셈이다.
논문을 보면, 이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중 36명(26%)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과 부정맥 등 합병증을 보여 집중치료실로 옮겨졌으며, 사망률은 4.3%(6명, 3일 기준)를 기록했다. 또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의 나이는 22~92살(중위연령 56살)로 다양했다. 중증 환자의 경우 고혈압, 당뇨, 심장병, 암 등 이미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64명)가 많았다.
논문은 감염자 대다수가 발병 초기에 발열(98.6%), 피로감(69.6%), 마른기침(59.4%), 근육통(34.8%)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히 환자 중 10명 중 1명꼴(14명)로 발열과 근육통이 나타나기 전 설사와 메스꺼움을 토로했다고 보고했다. 초기 증상에서 중증 증상인 호흡 곤란 상태가 될 때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일이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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