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격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들것에 실어 구급차에서 내리고 있다. 청두/로이터 연합뉴스
춘절(설) 연휴가 끝났지만 거리는 여전히 텅 비었다. 대중교통 이용을 줄이기 위해 차량 5부제를 해제했지만 도로를 지나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연휴 뒤 첫 공식 업무일이 시작된 3일 각급 기관과 기업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를 실시하라”는 당국의 권고를 따랐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을 당분간 온라인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맹위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사람이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됐다.
한국 교민이 몰려 사는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한 아파트 단지 들머리에선 마스크를 쓴 경비원이 들고 나는 주민들의 체온을 쟀다. 지난 주말 아파트 주민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오면서 내려진 조처다. “문제없다. 가보시라”는 경비원의 손에 들린 비접촉식 체온계가 ‘27.5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람의 체온이 아니다. 저것으로 무엇을 가려낼 수 있을까?
‘택배 천국’ 중국에서 감염증은 택배기사 수난 시대를 열었다. 지난주부터 아파트 단지 진입이 금지된 택배기사들은 전화 통보를 받은 주민이 물건을 찾으러 나올 때까지, 단지 바깥 출입구 앞에서 마냥 기다리고 서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영업 중인 작은 슈퍼마켓은 며칠 전부터 문을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한다. 외부인 출입이 불안한 주민들이 항의하면 문을 닫았다가, 일상이 불편한 주민들이 요구하면 다시 문을 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집단 발병 한달여 만에 확진자와 사망자 규모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를 뛰어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도 감염증 확산세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3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집계 결과, 전날에만 확진자가 2829명 늘면서 누적 확진자는 1만7205명까지 치솟았다. 전날에만 57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누적 사망자도 361명까지 늘었다. 확진자·사망자 모두 지난달 20일 중앙정부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 하루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2년 11월부터 2003년 6월 말까지 7개월여 중국을 강타한 사스 파동 당시 확진자는 5327명, 사망자는 349명이었다. 사스보다 치사율이 낮고 덜 위험하다던 방역당국의 그간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우한(5142명)을 비롯한 후베이성에서만 1만1177명의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저장·광둥성에서 600명대 확진자가 나왔고 허난성에서도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섰다. 31개 성급 행정구역(성·직할시·자치구) 가운데 19개 지역에서 확진자가 세자릿수를 넘어섰다.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면서 각급 지방정부는 다양한 공급부족 해소 대책에 나서고 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장시성 난창과 저장성 항저우, 광둥성 광저우 등지에선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미리 예약한 뒤 한정된 수량을 구매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푸젠성 샤먼에선 미리 등록한 주민을 상대로 추첨을 거쳐 당첨자에 한해 지정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복권식 추점제’를 도입했다. 상하이에선 지역 주민위원회에 등록하고 허가증을 받아야 마스크를 살 수 있다.
우한에선 이날 1천 병상 규모의 훠선산 병원이 공사 개시 열흘 만에 완공돼 3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야전병원 성격인 이 병원은 군 의료진 1400명을 투입해 운영한다. <신화통신>은 “군 의료진 대부분은 사스 파동 당시 베이징에 문을 연 샤오탕산 전담병원 복무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본토 이외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홍콩(15명)·마카오(8명)·대만(10명)은 물론 일본(20명)·타이(19명)·한국(15명) 등 23개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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