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9일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에서, 중국발 항공편 여행자들이 검역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각국 공공·민간 의료기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가운데, 독감과 에이즈바이러스(HIV) 치료 약물을 섞은 혼합물을 투약해본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실제 사용까지는 동물·인간 임상시험 등을 거친 뒤 수개월 혹은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일 <시엔엔>(CNN)에 따르면, 타이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인 71살 중국 여성이 독감 및 에이즈 치료에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 혼합물로 치료받은 뒤 극적으로 증상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방콕 라차위티병원의 폐 전문의사 끄리앙삭 아띠폰와닛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여성에게 의료진이 독감 치료에 쓰이는 오셀타미비어에다 에이즈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리토나비르, 로피나비르)를 혼합한 약물을 투여한 뒤 48시간 만에 매우 빠르게 증상이 좋아져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음성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솜삭 악신 타이 보건부 의학국장은 “다만 이 치료법이 모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데이터를 계속 수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시엔엔>에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나 약물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날 <데페아>(dpa) 통신은 이탈리아 국립전염병연구소 연구진이 감염 환자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순수 샘플을 분리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한 것이 아니라 직접 환자로부터 분리해낸 것”이라며 “확보된 바이러스를 여러 나라가 백신 개발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베르토 스페란차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은 “바이러스 정체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약업체인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실험적으로 투약하는 임상시험을 미국·중국 의료진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은 병세가 비교적 가벼운 환자 수백명을 대상으로 이날 당장 시작돼 4월 말에 종료될 예정이다. 파우치 소장도 “우리 연구소가 길리어드와 렘데시비르 테스트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이날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와 공동으로 ‘보조제에 기반한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며, “이 기술이 개발되면 코로나 백신 개발에 곧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스퇴르재단도 코로나 백신 개발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이 재단은 “코로나 염기서열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며 “20개월 안에 백신 개발이 목표”라고 말했다. 독일의 질병연구 당국은 백신 개발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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