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중국 우한발 일본 자국민 전세기편. 연합뉴스
미국·일본·한국·싱가포르 등 전세계 20여개국 정부가 앞다퉈 중국 우한에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들을 탈출시키고 있으나, 우한에 남아 있는 수천명의 일부 국적 외국인들은 절망적이고 낙담한 표정으로 남의 나라 정부의 본국행 전세기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처지다.
30일 우한 현지에서 소식을 타전한 <아에프페>(AFP) 보도를 보면, 태국 국적인 아피냐(32)는 자국의 상대적으로 약한 대중국 외교 영향력을 한탄하며, 언제까지 우한에 남아 있게 될지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에 결혼한 임신 2개월째인 알피냐는 “그들(정부)이 우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어 상심이 크다”고 말했다. 공장 노동자인 그는 “먹을 것도 바닥나고, 나도 감염돼 죽게 될까 두렵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알피냐는 불과 2주전에 중국에 도착했다. 우한에서 200km 떨어진 셴타오에서 중국인 남편과 결혼한 것이다. 우한은 사실상의 유령도시로 변해 대다수 식당과 매장들이 철시한 상태다. 알피냐는 뱃속에 자라고 있는 “아이의 건강이 무엇보다 염려된다”면서 태국 정부에 우한 탈출을 도와달라고 절망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태국 정부는 지난 며칠간 우한에 발이 묶인 자국민 65명을 철수시키기 위한 전세기편의 착륙 승인을 중국 항공당국으로부터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역시 우한에 갇혀 있는 외국인 중 한명인 파키스탄인 루퀴아 샤이크(33)는 며칠 전 우한이 봉쇄될 때 이곳에 있는 친구를 방문하기 위해 와 있었다. 그는 “공포, 좌절 그리고 패닉 상태”라고 말했다. 우한에는 500명의 파키스탄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파키스탄 당국은 우한에서 자국민 4명이 감염된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일부 파키스탄 학생들은 이곳 우한에 남는 편을 선택했다고 한다. 파키스탄의 공중보건 시설이 워낙 낙후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루퀴아는 “우리나라는 코로나 대처능력이 별로 없는 것같다”고 말했다.
미얀마 국적의 우한 거주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을 집으로 보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미얀마 국적으로 우한에서 병원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탄트 진은 이 통신에 “다른 나라들은 자국 시민들을 다 철수시키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너무 오래 울어 두통이 심할 지경이다. 도무지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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