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대학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우한/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중국 본토에서만 6천명을 넘어섰다. 2002~2003년 중국을 휩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파동 당시의 확진자 규모를 훌쩍 앞질렀다. 중국 각지에선 최초 발병지인 후베이성 우한 시민들을 차별하는 행동들도 나오고 있다.
29일 <중국중앙방송>(CCTV)은 중국 전역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이날 오후 6시 현재 6078명이라고 전했다. 감염증 확진자가 하루 만에 1563명이 늘어난 것이다. 사망자도 132명으로 전날보다 26명 늘었다. 앞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0시 기준으로 본토의 누적 확진자가 5974명이라고 발표했다. 반년 가까이 이어진 사스 파동 당시 중국 본토 확진자는 5327명이었다는 점에 비춰 바이러스 확산세가 훨씬 빠르다는 뜻이다. 그동안 중국 31개 성급 행정구역(성·시·자치구) 가운데 유일한 ‘감염증 무풍지대’였던 티베트에서도 처음으로 의심환자가 나왔다.
여전히 우한(1905명)을 포함한 후베이성 확진자가 3554명으로 가장 많지만, 저장(296명)·광둥(241명)·후난(221명)·허난(206명)성 등에서 확진자가 200명대에 진입했다. 또 안후이(152명)·산둥(121명)·장시(109명)·쓰촨(108명)성과 충칭(147명)시 등도 확진자 100명대에 들어섰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누적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국가위생건강위 쪽은 의심환자는 9239명이며, 밀접접촉자 6만5537명 가운데 5만9990명에 대한 의학적 관찰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두려움에 휩싸인 민심이 우한 시민에 대한 분풀이성 차별 행위로 표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27일 우한에서 약 6만9천명이 들어온 산둥성의 성도 지난시 당국은 우한 시민 4266명을 무더기로 ‘의학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인구 660만명인 윈난성 쿤밍에선 우한 시민의 투숙을 허용하는 호텔이 단 2곳뿐”이라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선 우한에서 온 사실을 숨기고 있는 사람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우한 시민을 지원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관영 <차이나 데일리>는 “간쑤·광둥성과 상하이시 등지에서 의료진 21개팀 2287명이 전날 우한에 도착했다”며 “지금까지 26개 지역에서 지원을 온 의료진은 모두 6097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1500여명은 우한 이외 후베이성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호흡기 질병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 국가호흡계통질병 임상의학연구센터 주임은 <신화통신> 등과 한 인터뷰에서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연휴 기간 연장으로 10~14일 정도 격리 관찰 기간이 생겼고,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이 기간 동안 잠복기가 지나게 될 것”이라며 “증세가 나타나면 현지에서 치료하게 되기 때문에 연휴가 끝나더라도 대규모 전염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7~10일이 감염증 확산의 절정기일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조기 진단·격리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에 5~6개월 이어진 사스 파동보다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아랍에미리트에 입국한 우한 출신의 중국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것으로 판명돼 중동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고 <걸프 뉴스>가 29일 보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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