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위안화 곤두박질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 속에 5일 아시아 주요국의 주가, 환율, 원자잿값이 요동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위안화 가치는 역외시장에서 전장보다 1.6% 하락한 달러당 7.0898위안까지 떨어졌으며, 이런 현상은 2008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중국 위안화를 정리하는 모습. 2019.8.5 hwayoung7@yna.co.kr/2019-08-05 15:09:34/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중국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며 이른바 ‘포치’ 현상이 결국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한 직후여서,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 방어를 포기하며 미국에 맞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이 마지막 남은 실탄까지 다 퍼부으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통화전쟁’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5일 홍콩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달러-위안 환율은 장 마감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1.4% 상승한 7.0744위안을 기록했다. 2010년 홍콩 역외 외환시장이 개설된 이래 가장 높은 위안 환율(위안화 가치 평가절하)이다. 중국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이날 달러당 7.0367위안까지 올라(전일 대비 +1.39%) 2008년 5월9일 이후 위안 통화가치가 가장 낮아졌다. ‘달러당 7위안’이 무너진 이른바 ‘포치’ 발생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가 일차적으로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가 예상됨에 따라 위안화 가치가 떨어졌다”며, 미국의 일방주의적 보호무역 정책을 비판했다. 중국 외환당국은 그동안 환율이 7위안대에 근접할 때마다 시장에 개입해 그 아래로 끌어내려왔다. 7위안 돌파를 두고 국제 외환딜러들은 중국이 ‘포치’를 용인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에 맞서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섰다는 뜻이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상품의 수출 가격이 낮아져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다. 반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위험도 커진다. 시장에서 ‘포치’를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앞서 지난 5월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된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 높였을 때도 외환시장에선 ‘포치’ 경고가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직후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중국 쪽이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을 낮게 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민은행이 이날 아침 외환시장이 열리기 직전에 고시한 기준환율은 달러당 6.9225위안이었다. 중국 외환시장은 인민은행 고시 기준환율에서 하루 변동폭이 상하 2%로 제한되는 ‘관리변동환율제’다. <로이터> 통신은 “인민은행이 7위안선 붕괴에 청신호를 먼저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도했다. 미-중 양국은 상대방에게 퍼부을 수 있는 마지막 실탄을 거의 다 동원한 셈이 됐다. 미국의 경우 9월부터 중국산 제품 3천억달러어치에 관세를 추가 부과하면 기존의 1~3차 관세부과분까지 합쳐 2018년 중국산 전체 수입품(5400억달러)에 보복 관세를 다 물린 셈이 된다. 중국은 미국산 전체 수입품(1200억달러)에 대해 관세 맞보복을 이미 단행했고, 남은 반격 카드로 위안화 가치 절하, 보유 중인 미국 국채 대거 매각 등이 꼽혀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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