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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반송중 시위, 중국을 겨누다

등록 2019-07-22 12:14수정 2019-07-22 13:00

43만여명 참가한 21일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행진
일부 참가자, 홍콩 주재 중국 연락사무소 앞 기습 시위

연락사무소 계란 세례…중국 국가휘장에 검은색 페인트도
외벽엔 반중 구호까지…반중 정서 거침없이 드러내

중 당국, “국가 주권에 대한 도전”
“일국양제 근간 건드려…용납 못한다”

캐리 람 행정장관 수습능력 없어…정치적 위기 심화
홍콩 야권 “정치적으로 풀어야”

시위대 겨냥한 ‘백색테러’…위기감 커지는 홍콩

21일 홍콩에서 열린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에 참석한 43만여명의 시민들이 시내 중심가를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1일 홍콩에서 열린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에 참석한 43만여명의 시민들이 시내 중심가를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7주째로 접어든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시위대가 중국 중앙정부를 직접 겨냥하면서, 중국 당국의 대응도 한층 강경해지고 있다. 홍콩의 중국 반환 22년만에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43만여명이 참여한 21일 홍콩 반송중 시위는 지난 6월9일 100만명이 모였던 첫 번째 시위 이후 그간 유지돼 왔던 ‘금기’를 넘어섰다. 도심 행진을 마친 시위대 중 일부가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중앙인민정부 홍콩 특별행정구 연락판공실’(연락사무소)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게다.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 벌어진 입법회 의사당 점거 시위와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다.

연락사무소를 포위하다시피 한 시위대는 건물을 향해 계란을 던지는가 하면 주변 벽면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반중 구호를 적기도 했다. 건물 정면에 나붙은 중국 중앙정부 휘장에도 검은색 페인트가 뿌려졌다. 시위 당시 연락사무소 주변에는 경찰 병력이 배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일부 시위 참가자가 건물 진입을 시도하려 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극구 만류했다고 전했다. 경찰 진압작전에 앞서 시위대가 자진해서 물러나면서 다행히 큰 충돌은 피했다.

21일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대가 기습 시위를 벌인 홍콩 주재 중국 연락사무소 건물 정면에 내걸린 중국 국가 휘장이 시위대가 던진 검은색 페인트로 얼룩져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1일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대가 기습 시위를 벌인 홍콩 주재 중국 연락사무소 건물 정면에 내걸린 중국 국가 휘장이 시위대가 던진 검은색 페인트로 얼룩져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례 없는 사태에 중국 당국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1일 밤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어 “중앙 정부의 권위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며, 일국양제의 근간을 건드린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홍콩 자치정부도 대변인 성명에서 “국가 휘장을 훼손해 국가 주권에 도전한 시위대를 강력 규탄한다. 법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22일 “폭도들이 국가 주권에 도전했다”, “국가와 인민을 모욕한 행위” 등의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홍콩 시위대를 맹비난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홍콩의 법치를 짓밟았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권위에 도전한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관영 <신화> 통신도 논평에서 “홍콩의 과격 시위로 민족 감정이 훼손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중앙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는 더더욱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간 반송중 시위는 △범죄인 인도 조례 공식 철회 △경찰 폭력진압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 등의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홍콩 내부에 국한된 주장이었다. 중국 당국이 홍콩 자치정부 쪽에 사태 수습을 맡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시위대가 반중 색채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면서, 중국 당국으로선 더 이상 사태가 번지는 걸 방치할 수만은 없게 됐다. 에드문드 정 홍콩침례대 교수(정치학)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중국 당국은 시위대의 행동을 국가 주권에 대한 도전 행위로 규정했다”며 “참아내기엔 정치적 부담과 위기감이 지나치게 커진 것”이라고 짚었다.

애초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람 행정장관은 상황을 수습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비쳐짐에 따라 정치적 명운이 위태롭게 됐다. 특정한 지도부 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반송중 시위의 특성 탓에 홍콩 야권 역시 사태를 중재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한 야권 지도자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범민주 진영에서도 지금과 같은 새로운 차원의 운동이 전개되는 상황에선 과거처럼 지도자나 중재자 구실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정치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저항의 상징인 노란우산을 펴든 채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21일 오후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저항의 상징인 노란우산을 펴든 채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편, 21일 밤 반송중 시위대를 겨냥한 ‘백색테러’가 발생해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밤 11시께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던 시민들이 지하철 위안랑 역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흰색 티셔츠(친중 시위대가 주로 입는 색깔) 차림의 괴한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30여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쇠막대와 몽둥이로 무장한 이들은 검은옷(반송중 시위대가 주로 입는 색깔) 차림의 시민을 집중적으로 폭행했으며, 지하철 내부로 피신한 시민까지 쫓아가 매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현지언론은 현장 동영상을 근거로 이들이 ‘삼합회’ 등 조직폭력배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밤 최루탄과 고무탄까지 동원해 시위를 강경 진압했던 경찰은 폭력배들이 모두 물러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해 ‘고의 늑장 대응’이란 의혹까지 일고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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