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로 보이는 열차가 23일 밤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잇는 중조우의교를 건너고 있다. 사진은 동영상에서 갈무리한 것이다. 단둥/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로 보이는 열차가 23일 저녁 북-중 접경도시인 랴오닝성 단둥을 통과했다. 러시아 매체는 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까지 열차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소식통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저녁 9시30분께(현지시각) 압록강을 사이에 둔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에서는 북한에서 중국 방향으로 초록색 바탕에 노란 띠가 있는 열차가 서서히 이동하는 것이 목격됐다. 지난해 3월과 지난달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와 같은 열차로 보인다. 일부 매체는 열차가 일반 정기편보다 천천히 움직인 것으로 보아 김 위원장 탑승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날 오후 러시아 <타스> 통신은 평양발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현지시각 오후 5시께 방탄 열차를 타고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다. 열차로 중국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단둥 지역에서는 중조우의교로부터 100m 거리에서 접근을 막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되는 등 경계가 강화됐다. 중조우의교가 내려다보이는 압록강변 중롄호텔은 이날 예약을 받지 않았다.
해당 열차의 행선지 등 운행 정보는 일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먼저 들렀다가 하노이로 다시 이동할 가능성을 점친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열차가 단둥역에서 정차한 23일 저녁 지난해 3월 및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마중을 나왔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까지는 직행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로 보이는 열차가 23일 밤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기차역에 도착해 정차하고 있다. 단둥/교도 로이터 연합뉴스
만약 김 위원장이 열차로 하노이까지 직행한다면 이틀 넘게 장장 4000㎞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하노이를 왕복하면서 항공과 차량 등 복합적인 운송수단을 이용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김 위원장이 건강 탓에 항공기보다 열차를 선호한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반대로 건강을 고려할 때 열차를 오래 타기는 힘들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22일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난단(인민)>은 베트남~중국 접경지역인 랑선성 동당역부터 하노이까지 고속도로 170㎞구간이 25일 대형 차량 통제를 시작으로 26일부터는 완전히 폐쇄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랑선성은 24~28일 기간 ‘정치적 동당역은 지난 17일 북한 인사들이 안전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던 곳으로, 일본 <티비에스> 방송은 23일 열차로부터 차량을 내리는데 사용하는 받침대를 설치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전용차량을 열차로 수송해 현지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김 위원장이 25일 하노이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으며, 27~28일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있다. 베트남 외교부는 23일 페이스북에 정확한 방문 날짜는 공개하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이 곧 베트남을 공식 방문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중국과 베트남 접경지역인 랑선성 동당역에서 열차에서 차량을 내릴 수 있는 받침대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본 TBS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