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비비시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를 무너뜨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비비시 갈무리
“미국은 우리를 무너뜨릴 방법이 없다.”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5세대(5G) 이동통신 구축에 중국산 장비를 쓰지 말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기업인 중국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75) 회장은 미국의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단호하게 밝혔다.
런 회장은 18일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미국은 세계를 대표하지 않는다. 일부를 대표할 뿐”이라며 “서쪽이 빛나지 않아도 동쪽은 여전히 빛날 것이고, 북쪽이 어두워져도 남쪽이 있다”고 말했다. 동쪽과 남쪽은 중국이 속한 동양과 개발도상국 진영을 각각 뜻한다. 그는 자신의 딸이자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가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가 풀려나 미국 인도 여부에 대한 심리를 받는 데 대해 “이같은 정치적 보복과 위력 행사에 나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런 회장은 지난달 17일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인터뷰에서도 “(화웨이를) 사지 않는 사람이 멍청하고,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다만 당시 인터뷰에서는 미국이나 그 동맹국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은 채, “구미 나라들은 반드시 (화웨이 제품을) 사게 될 것이다. 나는 과거를 따지지 않고 그들에게 팔 것”이라고 했다. <비비시> 인터뷰는 그보다 더 나아가 미국에 대한 ‘항전’ 의지를 보인 셈이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무역전쟁의 고리로도 인식돼 왔다. 런 회장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배경에는 중국 정부와의 교감이 있을 수도 있다.
<비비시>가 런 회장을 인터뷰한 날, 같은 영국 매체인 <파이낸셜 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가 5세대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도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화웨이 장비를 쓰면 무단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는 미국의 주장과 달리, 그같은 위험을 없애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관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영국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미국 주도의 ‘화웨이 보이콧’은 균열이 불가피하다. ‘파이브 아이즈’ 정보협력체계(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의 일원인 영국의 이탈은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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