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과 중월전쟁을 다룬 영화 '팡화'(2017)
냉전 시절 ‘사회주의 형제국’끼리 싸운 중월전쟁(중국-베트남전쟁)이 발발 40돌을 맞았다. ‘잊혀진 전쟁’이지만 참전 군인들의 상흔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17일은 1979년 중국 인민해방군 변방부대 30만 병력이 중-베트남 국경을 넘어가 전쟁을 시작한 지 4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중국 매체에서는 관련 보도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기념 행사도 보기 힘들다. 퇴역 군인들은 되레 관련 기념행사에 참가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후난성 창사의 퇴역군인회 간부는 “큰 집회가 되면 항의 시위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참전했다가 부상당하거나 포로로 잡혔던 이들은 불만이 크다. 중국에선 철저히 싸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환 포로들의 군인 신분을 박탈하고 공개 비판을 받게 했다. 대개는 참전 당시 17~18살에 불과한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연금은커녕 생활고에 내몰렸다. 전사자들은 국경 지대 여기저기에 묻혔지만, 완승하지 못해 체면을 구긴 중국은 이들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2015년 중국의 감군 선언 이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퇴역 군인 실업이 사회 문제가 되자, 이들은 다른 퇴역 군인들과 함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참전 군인들에겐 ‘인정 투쟁’의 의미도 컸다. 지난해 6월 장쑤성 전장에서 몇천명이 5일간 시위를 하는 등 2017년 이후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졌다. 중국 당국은 퇴역 군인들의 집단행동을 심각한 사회 불안 요소로 본다.
중국과 베트남은 모두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지만,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한 중국이 더 많은 것을 잃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중국은 1975년 베트남전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북베트남의 후원국이었다. 그러나 베트남이 친중 정권인 크메르루주를 무너뜨리려고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혼내주겠다”면서 압도적 병력을 동원한 속전속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앞서 미국과의 전쟁 때처럼 게릴라전을 펼치는 베트남에 고전했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종전이 선포될 때까지 중국은 적게는 7천명, 많게는 2만6천명(학계 추산)의 병력을 잃었다. 베트남 쪽도 적어도 3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과 베트남은 1991년 관계를 정상화했다. 중국 당국이 이 전쟁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2017년 영화 <팡화>가 참전한 이들의 삶을 다루는 등 재평가 움직임도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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