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핵심 수출 기지인 광둥성 선전 시가지.
21일,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닝지저 국가통계국장은 “경제 운영이 합리적 구간을 유지했으며, 전체적으로 안정 속에서 전진했다”고 말했다. 2017년보다는 0.2%포인트 낮지만 정부 목표 ‘6.5%가량’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1990년(3.9%)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 나온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닝 국장은 “복잡하고 심각한 외부 환경”을 들며 “경제가 하방 압력에 직면했다”고 인정했다.
현재 6%대 중국의 성장률은 세계적으로 찾기 어려운 고도 성장이다. 하지만 10%대에서 7~8%대, 다시 6%대로 낮아지는 과정에서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28년 만의 최저 성장’은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이 1분기 6.8%, 2분기 6.7%, 3분기 6.5%, 4분기 6.4%로 갈수록 낮아진 점도 성장 엔진이 식어감을 보여준다.
중국 경제는 생산·소비·투자·수출 다방면에서 성장 둔화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신차 판매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2.8%)한 것도 성장 지체에 대한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걱정거리를 더한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4.4% 감소하며 무역전쟁의 파급 효과가 본격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핵심 수출 기지인 광둥성 선전에서 수요 부진을 이유로 직원들을 연말 휴가를 보내는 전자, 섬유,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인근 광저우는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목표보다 1%포인트나 낮은 6.5%를 기록했다. 수출 업체들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보고 투자나 신규 고용을 중단하는 것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월에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보고할 올해 성장률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춘 6~6.5% 범위에서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성장률 하락을 멈추기보다는 안정적으로 낮아지도록 유도하려 한다. 바꿔 말하면, 무역전쟁을 비롯한 대내외 변수로 경착륙하는 것을 막는 게 목표다. 3월1일까지인 미국과의 무역전쟁 ‘휴전 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달 30~31일 고위급 협상을 위해 워싱턴에 가는 류허 부총리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중국 정부가 상황 악화 때 대규모 부양 수단을 쓸 수 있는지 여부다. 중국 정부는 경기 하방 압력이 강화되자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추면서 완화적 정책으로 선회했다. 리커창 총리는 감세 카드도 흔들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 탓에 대규모 부양책을 꺼내기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지방정부와 공기업 등의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250%에 이른다. 성장을 촉진하려고 쏟아부은 돈이 부채와 비효율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 진퇴양난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