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가 2019년 새해를 맞이해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광고를 내놨다. 춘절(설)에 많이 쓰이는 붉은색이 많이 등장한 사진이지만,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등장 인물의 표정 등 분위기가 어둡다며 중국의 떠들썩한 춘절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며 낮게 평가했다. 웨이보 갈무리
명품을 쓸어담던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을 조짐을 보이자 세계 명품업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29년 만에 감소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중국시장을 금맥으로 여겨온 해외 기업들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프라다의 주가는 4.58% 폭락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에서는 루이뷔통과 크리스찬디오르를 소유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2.56%, 구치를 소유한 케링이 2.02%, 에르메스가 1.4% 하락했다. 스위스 증시에선 카르티에와 피아제 등의 고급 시계 브랜드를 소유한 리치몬트가 1.18%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유럽 명품 브랜드들의 주식을 판 것은 같은 날 중국 정부가 발표한 수출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기 때문이다. 해관총서(세관)는 지난달 수출액이 2212억5천만달러(약 248조원)로 전년 같은 달보다 4.4% 줄었다고 밝혔다. 수출이 뒷걸음친 것은 중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을 분명히 뒷받침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의 수출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와중에도 지난해 9~10월에는 관세 부과 전 ‘밀어내기’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제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관찰보>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2019년 수출도 일정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짚었다. 리커창 총리는 이날 국무원 전체회의에서 “올해 곤란과 도전이 더 많아졌다. 경제 하방 압력이 더 커져 정부의 업무가 막중하다”고 말했다.
이날엔 지난해 신차 판매가 2808만600대로 전년보다 2.8% 줄었다는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의 발표도 나왔다. 신차 판매 감소는 천안문사건 이듬해인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10년간 세계 자동차시장 성장의 30%는 중국이 도맡았다.
중국인들이 명품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명품 업체 주가는 중국의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귀국 수하물 검사가 강화된다는 얘기가 돌자 3대 명품 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에르메스·케링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의 명품 구매 규모는 연간 900억달러로 추산된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는 2025년에는 명품시장의 44%를 중국인들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 입장에서는 중국시장의 성장 전망에 계속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17년 13.5%에 이른 중국 화장품시장 성장률이 지난해 10.5%로 줄어든 데서 보듯,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런 풍경은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이 구매력으로 시장을 좌우하는 단계가 된 점을 보여준다. 중국인들의 소비 위축은 단순히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서라기보다는 무역전쟁 등으로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하반기 중국인 해외 관광객 수가 6900만명으로 2017년 하반기와 거의 같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상반기 증가율이 15%였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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