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원이 캐나다인 마약 사범의 형량이 가볍다며 1심 재판을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서 캐나다인들이 잇따라 억류된 데 이어,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랴오닝성 고급인민법원은 29일 캐나다 국적자 로버트 로이드 슐렌버그(36) 사건을 1심 법원인 다롄시 중급법원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다롄시 중급법원은 11월20일 징역 15년에 벌금 15만위안(약 2400만원)을 선고했고, 이에 슐렌버그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랴오닝성 고급법원은 형량이 가볍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중국 언론은 슐렌버그가 2014년 히로뽕 227㎏ 밀수와 관련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법원 공고문을 보면, 검찰은 “슐렌버그를 미수 사건의 종범으로 다뤄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현행법상 아편 1㎏ 이상, 헤로인 50g 이상을 밀수 또는 제조하면 적어도 15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2009~2015년 적어도 19명의 외국인이 중국에서 마약 범죄를 이유로 사형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슐렌버그 사건은 2014년 체포 이후 관심권 밖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중국과 캐나다가 멍완저우의 체포를 둘러싸고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중국 법원이 슐렌버그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중국의 보복의 일환인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멍완저우는 12월12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계속 캐나다에 머물며 2월로 예정된 미국 인도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이 멍완저우의 ‘완전한 석방’을 요구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캐나다 전직 외교관과 사업가 등이 국가 안전을 위협했다는 혐의 등으로 체포되는 등 압박성 조처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매체 <내셔널 포스트>는 “슐렌버그는 화웨이 재판에서 하나의 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출입국 관련 법 위반 혐의로 중국에 억류됐던 영어 교사 세라 매키버는 지난주에 풀려나 귀국했다고 캐나다 당국이 밝혔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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