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 도착해 아내 멜라니아와 함께 전용기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협상의) 타결이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골이 깊기 때문에 단번에 확실한 타결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로 출국하면서 “중국과 뭔가를 하는 데 매우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것을 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현재 관세 또는 세금의 형태로 미국에 수십억달러가 들어오기 때문에, 정말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중국은 (합의를) 성사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고, 나도 성사되기를 희망하지만 솔직히 난 현재 이뤄진 거래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물밑 협상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음을 시사한다. 두 정상은 1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찬을 함께할 예정으로, 양쪽 실무진은 최근 몇주간 조율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협상 내용과 관련해, 미국은 내년 1월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약 224조원)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기로 한 방침을 유예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은 미국 농산품 및 에너지 상품에 대한 수입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중국은 협상 타결을 염두에 두고 12월 중순 대표단을 워싱턴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타결을 원한다면서도, 중국 상품에 매긴 수십억달러의 관세 수입이 미국에 좋다는 말도 했다. 아쉬운 것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니까 알아서 하라며 심리전도 전개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추가 관세는 위험하다’는 견해와 ‘양보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 맞서는 상태여서 협상 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온건파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은 추가 관세 부과는 내년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역대 대통령들이 중국과의 ‘협상의 덫’에 빠져 별로 얻는 것도 없이 대화만 이어왔다고 비판해왔다.
이런 가운데 무역전쟁의 여파가 중국 쪽에 본격화하는 조짐도 나타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30일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50으로 2016년 7월(49.9) 이후 가장 낮다. 지수가 50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가 확장세, 50 미만이면 그 반대임을 뜻한다. 미국도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무역전쟁이 제조 원가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합의할 수 있는 최대치를 ‘휴전’으로 본다. 중국 상품 2500억달러어치에 고율 관세를 매긴 트럼프 행정부가 대단한 양보를 얻지 못한 채 물러설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갑자기 축소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갈등 수위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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