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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대만 집권당이 지방선거에 참패한 이유?

등록 2018-11-25 18:05수정 2018-11-25 20:38

[대만 지방선거 민진당 참패 왜?]
‘젊은층 이탈’ ‘보수층 반격’ ‘중국의 압박’
관심 모았던 가오슝 시장 국민당 한궈위 당선
청년실업 12% 넘어…야 ‘젊은층 돌아오는 도시’ 주효
대만 지방선거 이튿날인 25일 <중톈> 뉴스채널이 전날 차이잉원 총통의 당주석 사임 소식을 전하고 있다. 화면 아래에는 관심의 초점이었던 가오슝 시장선거에서 한궈위 국민당 후보가 이겼다는 자막이 나오고 있다. 중톈 누리집 갈무리
대만 지방선거 이튿날인 25일 <중톈> 뉴스채널이 전날 차이잉원 총통의 당주석 사임 소식을 전하고 있다. 화면 아래에는 관심의 초점이었던 가오슝 시장선거에서 한궈위 국민당 후보가 이겼다는 자막이 나오고 있다. 중톈 누리집 갈무리
집권 민진당(민주진보당)의 참패로 끝난 24일 대만 지방선거는 젊은층의 이탈과 보수층의 반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민당의 압승이 양안관계(중국-대만 관계)에 어떤 변화를 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선거 결과 22개 직할시장 및 현장 가운데 민진당 소속은 13명에서 6명으로 쪼그라든 반면, 국민당 소속은 6명에서 15명으로 늘었다. 민진당의 참패가 사실상 확정되자 당 주석을 겸해온 차이잉원 총통은 24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며 주석직을 사퇴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남부 가오슝 시장 선거에서는 한궈위 국민당 후보가 53.9%를 득표해 당선됐다. 1998년 셰창팅 시장 이래 20년 ‘민진당 천하’이던 가오슝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한궈위는 단숨에 국민당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민진당이 애초 승부처로 봤던 타이중에서도 민진당 소속 린자룽 현 시장(42.4%)이 연임에 실패하고 루슈옌 국민당 후보(56.6%)가 당선됐다. 두 후보의 표차(약 20만표)는 4년 전 린 시장이 당시 국민당 후보에게 이겼던 표차와 거의 같다. 민진당은 4년 전 얻은 만큼을 고스란히 내주며 입지를 잃어버린 셈이다.

민진당 참패에 대해서는 차이잉원 정부를 탄생시켰던 젊은층이 저임금, 고실업 분위기 속에 등을 돌린 원인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 들어 월 최저임금이 3000대만달러(약 11만원)가량 올라 내년부턴 2만3100대만달러가 될 예정이지만, 차이 총통이 “이상적”이라고 한 액수(3만대만달러)엔 한참 못 미친다. 대만 전체 실업률은 3.8%로 낮은 수준이지만, 20~24살 청년 실업률은 12.3%에 이른다. 역으로 ‘젊은층이 돌아오고 싶은 부자 도시 건설’을 선언한 한궈위의 전략은 주효했다.

대만 선거의 ‘상수’라 할 수 있는 중국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2년 전 차이잉원 정부 출범 뒤 대만 수교국들이 잇따라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의 외교적 고립이 가속화했다. 중국군이 대만해협 인근에서 진행하는 군사훈련도 규모와 횟수가 늘어났다. 중국은 차이잉원 정부가 명시적으로 ‘92합의’(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인정)를 말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모든 교류를 단절시켰지만, 실상은 차이 총통이 2020년 선거에서 연임하는 것을 제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대만 지방선거 결과 22개 직할시장 및 현장 가운데 민진당 소속은 13명에서 6명으로 쪼그라든 반면, 국민당 소속은 6명에서 15명으로 늘었다. 자유시보 누리집 갈무리(일부 편집)
차이잉원 정부의 진보 정책이 대만 내 보수층으로부터 역습당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국민투표에서는 민진당의 진보 성향과 궤를 같이하는 안건들이 줄줄이 된서리를 맞았다. 화력발전 감축안은 통과되고 ‘원자력발전 전면 중단’ 법조항 삭제안은 통과되는 등 탈원전 정책이 타격을 받았다. 민법상 결혼을 남녀로 제한하는 안건과 초중생 대상 동성애 교육을 중단하는 안건은 통과되는 등 지난해 법원 결정으로 발동을 건 동성결혼 허용 정책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민진당은 물론, 승리한 국민당도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민진당은 참패를 뒷수습하는 동시에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차기 총통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차이 총통이 1996년 총통제 직선제 부활 이후 처음으로 연임에 실패하는 사례가 될지가 관심거리다.

국민당 개혁의 핵심은 ‘한류’의 주인공 한궈위 가오슝 시장 당선인이다. 사실상 ‘적진 출마’였던 탓에 당의 지원이 미미했는데, 오히려 소탈한 행색과 언변이 ‘국민당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표몰이에 성공했다.

양안관계도 새로운 흐름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중앙정부를 배제한 채 새로 당선된 국민당 소속 시장·현장들과 접점을 형성하며 차이잉원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차이 총통과 민진당은 중국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에선 올림픽 등 주요 스포츠대회에서 쓰는 ‘차이니스 타이베이’ 명칭을 ‘대만’으로 바꾸자는 국민투표안이 부결되는 등 중국에 유리한 결정이 나온 상황에서 추가적인 강경책을 쓰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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