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앤가바나가 지난 18일 공개한 패션쇼 홍보 영상에선 드레스 차림의 중국 여성이 젓가락으로 스파게티 등 이탈리아 음식을 먹으면 ‘브라비시모(최고)!’라고 해주는 장면이 나왔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중국 비하 논란으로 패션쇼를 취소당하고 인터넷 쇼핑몰들이 상품을 철시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돌체앤가바나는 21일 저녁 8시 상하이에서 열 예정이던 패션쇼를 3시간여 앞두고 에스엔에스(SNS)로 연기를 발표했다. 모델 천쿤, 영화배우 장쯔이 등 행사에 참석하려던 유명 연예인들이 불참을 선언한 뒤 중국 국가문화여유부가 취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18일 돌체앤가바나가 패션쇼 홍보 영상을 에스엔에스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돌체앤가바나 드레스를 입은 중국 여성이 젓가락으로 스파게티 등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 장면으로, 동서 문화의 융합이라는 의도와는 달리 다소 어색하고 과장된 면이 있었다. 가령 팔뚝만한 시칠리안 카놀리(구운 빵에 치즈 등 속을 넣은 디저트)를 젓가락으로 집지 못해 결국 속만 파먹자 ‘브라비시모!’(최고)라고 해주는 식이다. 이 영상은 중국 누리꾼들에게 ‘인종 차별’, ‘중국 모욕’이라는 비난을 샀고 결국 삭제됐다.
돌체앤가바나의 공동창업자인 디자이너 스테파노 가바나가 채팅창에서 ‘중국은 똥’이란 의미로 똥 이모티콘 5개를 쓴 갈무리 화면이 21일 중국 SNS에서 화제가 됐다. 웨이보 갈무리
이 회사 공동 창업자 스테파노 가바나의 채팅 갈무리 사진이 논란을 키웠다. 가바나는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중국은 똥’이란 의미로 똥 이모티콘 5개를 쓰고는 “당신들(중국) 없이도 우린 잘 살아”, “중국, 무식하고 냄새나는 마피아”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채팅 상대가 폭로한 사진은 21일 중국 에스엔에스에서 삽시간에 확산됐다. 장쯔이는 에스엔에스에 “똥을 돌려준다”며 똥을 먹이는 그림을 올렸다.
가바나는 “나는 중국과 중국 문화를 사랑한다”며 계정이 해킹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인들은 곧이 듣지 않는 분위기다. 장쯔이와 리빙빙 등 유명연예인들은 돌체앤가바나 제품을 쓰지 않고 관련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왕쥔카이와 디리러바 딜무라트 등 돌체앤가바나 광고 모델을 하던 중국 연예인들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
보이콧 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중국의 양대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와 징둥 누리집에선 돌체앤가바나 상품이 검색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양마터우는 돌체앤가바나 상품 5만8천건을 철시했다며 “무엇보다 조국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돌체앤가바나가 원인을 제공했지만, 중국 정부와 민간, 유명인들의 일사불란한 애국주의의 위력을 다시 보여준다. 중국은 세계 명품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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