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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미-중 아펙서 정면충돌…중 “승자 없다” 미 “바꿀 생각 없다”

등록 2018-11-18 17:35수정 2018-11-18 23:14

시진핑 “문 닫으면 자신을 잃어버릴 것…단견”
펜스 “일대일로는 옥죄는 벨트 또는 일방통행”
미-중, 양자 무역전쟁에서 ‘내편 만들기’ 확전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포트모르즈비/AFP 연합뉴스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포트모르즈비/AFP 연합뉴스
"인류는 다시 한번 갈림길에 섰다. 개방이냐 폐쇄냐.”

“중국이 미국을 이용해오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무역전쟁과 대외전략 등 최근 고조돼온 첨예한 갈등을 둘러싸고 서로를 정면 비난하고 나섰다. 2주 앞으로 다가온 미-중 정상회담의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시진핑 주석은 17일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에서 열린 아펙 정상회의 연설에서,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의 낡은 길을 가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스스로 문을 닫는 것은 세계를 잃게될 뿐 아니라 종국에는 스스로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벽을 세우고 각국의 밀접한 경제적 연계를 끊어내는 것은, 경제 규율과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세계는)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노'(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시 주석은, “대항의 길을 간다면, 그것이 냉전이건 열전이건 무역전이건 진정한 승자는 없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시 주석에 굉장한 존경심을 갖고 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중국은 아주 오랫동안 미국을 이용해왔다. 그리고 그런 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중국을 정면으로 조준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침해, 기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거론하며, “중국이 그들의 방식을 바꾸기 전까지 미국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시 주석 들어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광역경제권 구상 ‘일대일로’에 대해서도 “옥죄는 벨트 또는 일방통행”이라고 비꼬았다. 영어로 ‘Belt and Road’로 번역되는 일대일로가 대상국을 채무 함정에 빠뜨려 옥죄고 투명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비판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P 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P 연합뉴스
시 주석과 펜스 부통령의 연설은 미-중의 갈등 구도가 무역전쟁 등 양자 간 직접적 갈등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나라들을 상대로 한 ‘내 편 만들기’로 발전한 양상을 보여준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구상의 개방성을 강조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고, 펜스 부통령은 일본·오스트레일리아과 손을 잡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하는 식이다.

12월1일로 예정된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이는 신경전 성격도 있어보인다. 미-중 양쪽에서 고위급 접촉이 재개됐다는 이야기가 각각 나오고 중국이 제안 사항 목록을 미국에 보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양쪽은 정상회담까지 앞으로 2주 동안 물밑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만난다 해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국유기업 및 미래산업 지원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양쪽의 견해 차가 큰데다, 미-중 갈등이 단순히 무역전쟁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력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과 펜스 부통령은 서로의 연설 때 참석하지 않는 등 아펙 정상회의에서 확인된 양쪽의 모습은 냉랭하다. 두 사람이 전통 의상 차림으로 연회장에서 잠시 만나 이야기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전해지지 않는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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