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전체회의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에서부터 두번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타스 연합뉴스
13일 폐막한 동방경제포럼에서 중-러-일 정상이 현재 한반도 상황에 관한 저마다의 생각을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이 교착된 상황 속에서 중국은 ‘일보 후퇴’를 선택했고, 러시아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했다. 일본은 ‘제재 유지’와 ‘납치 문제 해결’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포럼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는데 남-북-미 3자가 중심이 되는 구도를 일단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현재의 당사국은 조선(북), 한국, 미국이다. 그들은 반드시 계속 (노력)해야 하고, 우리는 그들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발언을 말 그대로 해석하면 중국이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이후 평화체제 전환 과정에서 당사국이 아닌 관련국으로서 협조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중국에선 한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당사국 지위를 강조하는 ‘중국 배제 불가론’을 강조해왔다. 장예쑤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 주임은 지난달 16일 한국 국회의원단에게 “종전선언 과정에 중국은 꼭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7월 중순엔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양제츠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 정치국원이 극비 방한해 이 문제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협의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비핵화 협상의 ‘걸림돌’로 지목하며 북-미 대화를 중단하자, 시 주석은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북한 정부 수립 70돌인 9·9절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당서열 3위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보낸데 이어, 이날도 ‘협조자’ 역할에 머무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의 이런 입장 선회에 대해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북-중 관계가 한 참모부 안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6월19일 3차 방중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하고 있는 상태라면 중국이 (일단) 종전선언에 참여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비핵화 협상이 고비를 넘은 뒤 평화협정, 평화체제에 올라타도 아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열린 동방경제포럼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미 협상을 보완한 다자회의가 필요하다는데 방점을 뒀다. 그는 “북한이 미국의 (안전) 보장만으로 만족한다면 우리도 좋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핵 강국들의 참여 등으로 북한에 안전 보장을 해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실험장 폐기 등 일부 비핵화 관련 조처를 취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것, 적어도 신호라도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신호란 대북 경제제재의 일부 해제, 미국의 종전선언 수용 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중-러는 6월 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 논의를 시작하자’는 언론성명을 내자고 제안했으나 미국 등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말한 ‘다자회의’는 6자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할 때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고 핵·미사일·납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초미의 관심사인 북-일 정상회담 실현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정상회담을 한다면 납치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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