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전자 관련기업 '자쉐유전자'의 누리집. 이 기업은 선수 선발을 위한 유전자 분석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자쉐 누리집 갈무리
중국이 2022년 자국에서 개최하는 겨울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에서 실제 경기 성적 외에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반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과학기술부,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와 기타 관계 부처 등이 공동작성한 자료를 보면, 중국 당국은 ‘유전자 표지’(유전자 해석에 지표가 되는 디엔에이 영역 또는 유전자)를 반영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 기준을 만들 계획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이 자료에는 “속력, 지구력, 폭발력 분야에서 경쟁하는 빼어난 겨울올림픽 참가선수들에게 전면적인 유전체 배열 분석(게놈 시퀀싱)을 실시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유전자 분석은 국가체육총국, 교육부, 중국과학원 등이 2020년까지 맡을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대표선수 선발은 해당 종목 선발전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유전자 분석을 반영하는 사례는 없다. 다만,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유사한 주제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연구원은 “유전자 분석은 자칫 놓칠 수 있는 요소를 잡아낼 수 있다”며 “현재의 선수 선발은 감독과 그 경험에 많이 의존하고, 기록과 최근 성적도 고려하지만, 최고의 감독도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선수들은 신체검사상으로는 거의 완벽하지만 유전자에 ‘시한 폭탄’을 갖고있을 수 있다. 그 폭탄이 터지면 돈과 노력, 심지어 인생을 낭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체육계는 이미 유전자 분석 기술을 선수 선발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민간기업인 ‘자쉐 유전자’는 누리집 설명에서 “국가대표팀과 감독들이 자사의 유전자 해석 기술로 최고의 훈련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을 선별해내기 위해 접촉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달 이 기업은 스포츠 관련 유전자 분석 서비스 상용화와 관련한 베이징시 공식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이 기업은 겨울올림픽과는 무관하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반영한 선수 선발은 우생학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왕환 체육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모든 인간은 스포츠에 참가할 권리가 있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스포츠 정신은 약점을 극복해 최선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며 “인간은 어떻게 태어났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노력을 해서 무엇이 되었느냐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분석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세계 스포츠 기구들은 약물 등을 이용해 유전자를 조작하는 ‘유전자 도핑’은 금지하지만, 유전자 분석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같은 연구소 저우웨이아이 연구원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같은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 지금은 없지만 법을 마들어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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