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탄생 114돌인 22일 그의 고향 쓰촨성 광안시에서 동상 앞에 축하 꽃다발이 놓여있다. 중국신문망 갈무리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총 설계한 ‘작은 거인’ 덩샤오핑(1904~1997)의 생일이 특별한 기념식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중국공산당 전체가 하나가 돼 시진핑 국가주석의 업적을 과시하는 모습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22일 오전 9시 덩샤오핑의 고향인 쓰촨성 광안시에서는 지역 관료들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의 탄생 114돌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광안시를 제외하고 중국 어느 곳에서도 중국 당국이 주도하는 기념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고 홍콩 <명보>가 23일 전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로 문화대혁명 이후 큰 상처를 입은 중국 대륙을 개혁·개방의 담대한 길로 이끈 덩샤오핑의 업적과 공로의 색채는 어느덧 옅어지고 그 자리를 시진핑 주석이 차지한 셈이다.
실제로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자, 첫 경제특구였던 광둥성 선전에 ‘중국 개혁·개방 박물관’이 지난해 12월 처음 만들어졌을 땐 입구에 덩샤오핑 관련 조각이 서 있었다. 그러나 어느 새인가 이는 시 주석의 발언이 적힌 설치물로 바뀌었다. 또 베이징 국가미술관 개혁·개방 40주년 미술전에 전시된 <이른 봄>이란 작품엔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이 덩샤오핑 등 국가지도자들보다 도드라지게 그려져 뒷말을 낳았다. 개혁·개방 초기 시중쉰은 광둥성 제1서기로 덩샤오핑 등 다른 지도자들과 견줄 수준이 아니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당대회에선 당의 ‘행동지침’을 수정해, ‘덩샤오핑 이론’보다 한 단계 높다고 평가되는 ‘마오쩌둥 사상’과 같은 ‘사상’의 반열에 ‘시진핑 사상’을 집어넣었다.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는 지난달 2002년 당시 푸젠성장이었던 시 주석이 이 지역 진장시의 발전을 지도하며 ‘진장 경험’이라는 아이디어를 냈으며, 이는 개혁·개방 40주년의 중요한 경험이자 성과라는 글을 실었다. 시 주석의 측근 리잔수 전인대 상임위원장이 7월 말 이곳을 방문하는 등 시 주석이 날로 40년 개혁·개방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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