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2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국정부 누리집 갈무리
‘중국 투자 사업 재검토’를 선언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2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사업 재검토에 대한 중국의 ‘동정’을 바란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총리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중국도 이해하기를 우리는 바란다”며 “중국은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동정하며 바라볼 것이며, 아마도 우리 내부 회계 문제 일부를 해결하도록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중국 투자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펼쳐온 마하티르 총리가 중국의 ‘동정’을 언급한 것은, 말레이시아 쪽도 사업 중단에 따른 비용을 상당 부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산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마하티르 정부도 이미 지출된 비용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마하티르 총리는 막대한 부채 문제를 지적하면서 전임 정부가 추진한 중국 자본 투자 사업의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220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과 23억달러 규모의 송유관·가스관 사업이 비용이 과다한데다 수익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시기인 만큼, 동남아 최대교역국인 말레이시아와 ‘공동전선’을 꾀하는 분위기다. 현재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한 잡음이 곳곳에서 터지는 상황에서, 중국 쪽이 공사비 단가를 낮추는 등 양보하는 방식을 통해 말레이시아 관련 사업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커창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자유무역’을 강조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과 고기술, 전자상거래, 자동차 산업 등 분야에서 새로운 경제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는 지난 18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방중 일정을 시작하면서 알리바바 그룹을 방문해 마윈 회장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자동차 기업 지리자동차도 방문했다. 이 업체는 말레이시아 자동차 업체 프로톤의 지분 49.9%를 보유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20일 저녁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찬을 함께한 뒤, 21일 귀국할 예정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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