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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아리랑’ 김산 아들·작곡가 정율성 딸도 “대한독립 만세”

등록 2018-08-15 17:24수정 2018-08-15 22:04

주중한국대사관 광복절 행사
좌파 독립운동가 후손 첫 초청
제73주년 광복절을 맞아 15일 중국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애국지사 김산의 아들 고영광(앞줄 오른쪽 두번째)씨와 작곡가 정율성의 딸 정소제(왼쪽 두번째) 씨가 만세를 부르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제73주년 광복절을 맞아 15일 중국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애국지사 김산의 아들 고영광(앞줄 오른쪽 두번째)씨와 작곡가 정율성의 딸 정소제(왼쪽 두번째) 씨가 만세를 부르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대한독립 만세! 만세! 만세!”

15일 오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베이징 주중국 한국대사관에서 만세 삼창이 울려퍼졌다. 만세를 외친 내빈들 중엔 님 웨일스의 <아리랑>으로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 김산(본명 장지락·1905~38)의 아들 고영광(81)씨, 중국 인민해방군 군가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1914~76)의 딸 정소제(75)씨, 임시정부 주석 비서로 활동한 김동진(1920~82)의 딸 김연령(63)씨도 있었다.

주중대사관이 광복절 경축식 행사에 독립유공자 후손을 공식 초청한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광복 이후 남북이 아닌 중국에 정착한 김산, 정율성 등 ‘좌파계열’ 활동가의 후손을 광복절 행사에 모신 것은 늦었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산의 아들 고영광씨는 “매우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2005년 아버지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며 독립유공자로 서훈한 일을 거론하면서, “한국 정부가 아버지를 높게 평가하는 데 감격하고 감동했다. 아버지의 희생과 분투가 마침내 한민족의 평가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의 자서전 <세기와 더불어>에 김산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정도로 북한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고씨는 “아버지 때 조선은 하나였다. 나에겐 한국도 조국이다”라고 말했다.

'아리랑' 김산(본명 장지락)의 아들 고영광씨.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아리랑' 김산(본명 장지락)의 아들 고영광씨.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산은 신흥무관학교에서 군사학을 배운 뒤 상하이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에서 일했다. 1925년 중국공산당에 입당한 뒤로는 조선 혁명가 대표로 당선되는 등 항일전선에 투신했다. 일본과 중국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지만, 그 고통을 견딘 것이 되레 ‘일제 특무(간첩)’라는 누명이 됐다. 트로츠키주의자라는 혐의도 씌워졌다. 결국 김산은 33살 나이에 처형당했다. 그러나 중국 혁명 성지인 옌안의 항일군정대학에서 교편을 잡던 중 미국 언론인 님 웨일스를 만나 자신의 인생을 구술한 사연이 <아리랑의 노래>로 출간되며 ‘불멸의 신화’로 남을 수 있었다.

고씨는 아버지가 혁명가 김산이라는 사실을 30대에 맞이한 문화대혁명 때에야 알게 됐다. 누명을 쓰고 죽은 남편의 사연이 알려지면 해를 입을까 두려워 어머니가 숨겼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성을 따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성은 “어머니가 고려의 후예라는 뜻으로 붙여주신 성”이라고 말했다. 1979년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공산당에 재평가를 요구했고, 83년 1월 김산은 당적을 비롯해 모든 명예를 회복했다.

정율성의 딸 정소제씨도 아버지가 남과 북에서 모두 기려지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율성의 고향 광주에서 열리는 ‘정율성 음악회’ 참석 등을 위해 수시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광주에는 정율성의 생가가 있다. 정씨는 “조선(북)에 가면 아버지가 재직했던 음악대학에 아버지의 초상이 걸려있다”고 말했다. 정율성은 중국인민해방군 군가로 지정된 ‘팔로군 행진곡’을 포함해 중국 각종 군부대의 군가를 지으면서 ‘중국 군가의 대부’로 불리운다. 해방 이후엔 북한에 가서 조선음악대학 작곡부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발발 뒤 중국으로 돌아왔다.

중국에서 '군가의 대부'로 불리는 작곡가 정율성의 딸 정소제씨. ‘소제’라는 이름은 중국어로 바이올린을 뜻하는 ‘샤오티친(소제금)’에서 딴 것으로, 모유가 나오지 않아 정율성의 바이올린을 팔았던 사연이 깃들어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중국에서 '군가의 대부'로 불리는 작곡가 정율성의 딸 정소제씨. ‘소제’라는 이름은 중국어로 바이올린을 뜻하는 ‘샤오티친(소제금)’에서 딴 것으로, 모유가 나오지 않아 정율성의 바이올린을 팔았던 사연이 깃들어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산·정율성 가족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 방중 당시 첫 행사였던 재중국 한국인 간담회에도 초청된 바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대통령 방중 당시 중국 내 독립유공자 후손의 소재를 파악했고, 이후 연락을 이어오던 중 그분들과 가장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광복절 행사에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화보] 제73주년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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