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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구글 ‘만리장성 방화벽’에 무릎 꿇나

등록 2018-08-02 16:59수정 2018-08-02 20:14

중국 당국 검열 수용한 전용 앱 개발
순다 피차이 CEO, 지난해 말 왕후닝 만나
2010년 철수 이후 중국업체가 시장 차지
2013년 11월 에릭 슈미트 당시 구글 회장이 중국을 방문해 칭화대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구글은 2010년 중국 시장에서 대부분의 사업을 철수시켰지만, 연구·개발 및 안드로이드 등 일부 사업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이어왔다. <피닉스 과학기술> 갈무리
2013년 11월 에릭 슈미트 당시 구글 회장이 중국을 방문해 칭화대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구글은 2010년 중국 시장에서 대부분의 사업을 철수시켰지만, 연구·개발 및 안드로이드 등 일부 사업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이어왔다. <피닉스 과학기술> 갈무리
2010년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비판하며 철수한 구글이 검열 정책에 순응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중국시장에 다시 발을 들여놓으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탐사보도 매체 <인터셉트>는 1일 구글이 ‘드래곤플라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봄부터 진행해온 비밀 프로젝트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여기에는 구글의 프로그래머와 기술진은 ‘마오타이’와 ‘룽페이’라는 이름의 응용프로그램(앱)을 개발해 중국 관료들을 상대로 시연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매체는 또 지난해 말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가 왕후닝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났다고 전했다. 이때 중국시장 재진출 논의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

구글이 중국시장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앱은 ‘천안문 사건’, ‘반체제 운동가’, ‘반공산당’ 등 중국 당국이 검색을 차단하는 표현을 인식해 검색 결과에 노출하지 않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 트위터 등 중국이 차단하는 서비스도 검색되지 않는다. 구글 서비스 안에 중국 정부를 위한 ‘만리장성 방화벽’을 만드는 셈이다. 이 앱은 중국 정부의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6~9개월 뒤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중국 검열 당국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2009년부터였다. 유튜브에 티베트인들이 중국 군인들한테 구타당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오자, 중국 당국은 중국 내 유튜브 접속을 차단시켰다. 이듬해 구글은 중국시장 전면 철수를 경고하며 검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검열을 받지 않는 홍콩 서버를 통해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우회적 방법도 썼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2010년 3월 검색을 전면 차단하자, 구글은 이를 비난하며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2010년 철수 때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29%였다. 현재 중국 검색시장은 ‘바이두’와 ‘소우거우’ 등 중국 기업들이 지배한다.

구글 경영진은 중국시장 재진출에 적극적이지만, 사내에서는 ‘정보의 민주화’를 부르짖어온 구글이 검열에 협조하는 데 적잖은 반발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나라 권위주의 정부도 중국식 모델을 적용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중 무역 전쟁 격화가 구글의 중국 재진출에 악재라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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