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3월29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양제츠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이 이달 중순 한국을 다녀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중국 외교 사령탑의 비공개 방한은 종전선언을 논의하려는 것이거나, 소강상태로 진입한 북-미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한 한국과의 소통 강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30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을 방문하기 전 양제츠 주임을 수행해 한국을 비공개로 다녀갔다”고 말했다. 양 주임은 19~29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수행했기 때문에, 그 직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는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양 주임이 부산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고 전했다.
방한 목적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종전선언 문제가 다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남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한다”며 종전선언의 주체를 ‘남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자 중국 쪽에서는 정전협정 당사자인 자국이 소외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양 주임의 방한 뒤 한국 정부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했다는 지적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5일 “중국도 한반도 문제에서 같이 협력해야 할 중요한 상대국이며, 장기적으로는 (종전) 합의의 무게를 더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까지 “중국이 종전선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적은 없다”고 했다.
소강상태에 접어든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진척시킬 방법을 찾으려고 한-중이 의사소통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달 들어 정의용 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했고, 양 주임을 수행해 방한했던 쿵쉬안유 부부장은 25~27일 북한을 다녀왔다.
양 주임의 방한 목적과 관련해 다른 베이징 소식통은 “특정 이슈를 위해 움직인 것은 아니다. (양국 간) 소통 차원에서 의견 교환을 하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적극적·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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