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커제 9단이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알파고는 커제에 3전3승을 거둔 뒤 바둑계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구글 제공
구글 ‘알파고’ 등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이 바둑, 체스 등 각종 게임 영역을 석권해온 가운데, 중국이 외교 전략 결정 과정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학원이 만든 초보 단계 수준의 외교 정책 인공지능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30일 연구진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부서는 ‘외교 안보 사무국’으로, 세계 각국의 안보 문제를 검토하고 각 해외 공관에 정책 제안을 하는 곳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중국 정부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위기 요소를 진단하고 정치적 격변이나 테러 등을 전망하는데 쓰이고 있다. 중국과학원 ‘지리과학과 자원 연구소’의 푸징잉 연구원은 “해당 시스템은 거의 모든 외국 투자 프로젝트를 점검하는데 쓰였다”고 말했다.
해당 시스템은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거나 정책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알파고’에 빗댄다면 상대의 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적합한 다음 수를 제안하지만, 최종적 판단을 통해 가장 적합한 수를 내는 수준엔 이르지 않은 셈이다. 푸 연구원은 “기계가 인간 외교관을 대체하진 않는다. 도움을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의 차세대 모델은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보조 기능이 포함될 예정이다. 연구진도 차세대 시스템이 개발중이란 사실은 인정하지만, 완성 시기 등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외교 전략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것은 현 상황을 분석해 목표에 부합하는 결정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소한 잡담부터 위성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수집된 자료를 빠른 시간 안에 분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펑솨이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인공지능이 전략적 목표와 상충할 수 있는 열정, 존경, 두려움 등 주관적 요소나 심지어 도덕적 요소를 배제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은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인간이 필적할 수 없는 분석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외교 분야 인공지능 시스템이 여러 시험 모델 형태로 개발되고 있으며, 지난달 베이징에서는 관련 학회도 개최되는 등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다만, 인공지능 시스템은 충분한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등의 상황에선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에 대량의 데이터가 있어야 정확한 결정을 효율적으로 내릴 수 있지만, 일부 지역 또는 국가에 대한 자료는 필요한 만큼의 축적되지 않았을 수 있다. 또 인공지능은 추구해야 하는 전략적 목표가 명확해야 하는 반면, 외교의 목표는 초기 단계에선 모호하거나 미미한 경우도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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