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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미국 첨단기업들에 반격…페이스북 ‘악몽의 날’

등록 2018-07-26 20:11수정 2018-07-26 22:02

퀄컴 NXP반도체 인수안 중국 탓에 무산
페이스북 자회사 중국 시장 진출도 물거품
ZTE·화웨이 미국서 경계당하는 것과 ‘닮은꼴’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의 대규모 인수 협상이 중국의 반대로 무산되고, 중국시장 문을 두드려온 페이스북의 진출 시도가 좌절됐다. 미국이 중국 첨단기업들의 자국 진출이나 성장을 억제하는 가운데 중국도 ‘눈에는 눈’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25일 네덜란드 엔엑스피(NXP)반도체 인수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모바일 반도체 1위 퀄컴이 차량용 반도체 전문 업체 엔엑스피를 440억달러(약 49조원)에 인수한다는 계획은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의 빅딜로 ‘세기의 거래’로 불려왔다. 퀄컴은 2016년 인수 계획을 밝힐 때 가격을 380억달러로 제시했지만, 엔엑스피 주주들이 반대하자 올해 초 16% 올린 값에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합병 종료 시한인 25일까지 절차를 마무리짓지 못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퀄컴의 계획을 무산시킨 것은 중국이다. 인수·합병이 초대형 반도체 업체의 탄생을 의미하는 만큼, 반도체 관련 각국의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했다. 한국과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이 지난 1월 조건부 승인을 하는 등 9개국 가운데 8개국이 승인했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 국면에서 승인을 미루던 끝에 결국 시한을 넘기도록 만들었다.

5월만 해도 중국이 인수를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미국이 중국 통신 기업 중싱(ZTE)에 대한 제재를 완화한 것에 중국도 화답하면서 무역 갈등이 무마될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격화시키면서 갈등은 되레 고조됐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는 “분명히 우리보다 위에 있는 무언가에 의해 중단됐다”며 중국에 화살을 돌렸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은 자회사 ‘페이스북 테크놀로지’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설립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전날에는 설립 계획이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고 중국 기업신용정보공시시스템을 통해 알려졌지만, 26일에는 중앙정부가 가로막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소식통은 <뉴욕 타임스>에 “저장성과 중앙정부 기구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의 견해 차로 승인이 취소됐다. 인터넷정보판공실은 더 긴밀한 협의가 없었다며 분노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신장위구르자치구 분리독립주의자들이 이용한다는 이유로 2009년부터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됐다. 그러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꾸준히 중국을 방문해 지도자나 젊은층을 만나고, 중국지사 개설을 신청하거나 중국시장용 사진 공유 앱을 출시하면서 재진출 노력을 했다.

퀄컴과 페이스북의 좌절은 미국이 중싱이나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자국시장 진출을 막고 제재하는 상황과 닮았다.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같은 금액의 미국 상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양상과도 비슷하다.

이번 일은 성장 전망 부진으로 주가 폭락을 겪은 페이스북에 또 하나의 뼈아픈 소식이다. 페이스북은 이날 42% 증가한 132억3천만달러의 2분기 매출을 발표했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한때 24%까지 떨어졌다. 이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약 1500억달러(168조원)가 날아갔다. 매출과 순이익이 30~40%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이용자 증가율(11%)도 시장 기대치(13%)에 미달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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