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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십여년 알박기 건물, ‘신비의 사장님’이 싹 해결

등록 2018-07-18 17:18수정 2018-07-18 21:09

중국서 십자로 모퉁이 알박기 건물로 정체 구간 발생
사업가, 매입·철거 뒤 정부 반납…“고향에 보답한 것뿐”
‘알박기 제거’ 가상인물, 매입·철거 맡은 업자 관측도
중국 광둥성 마오밍시에서 십자로 통행을 가로막는 '알박기' 형태의 건물이 6~7월에 걸쳐 철거됐다. 한 지역 사업가가 매입과 철거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철거 전(왼쪽)에 견줘 철거 뒤(오른쪽) 교통 흐름이 원활해졌다. 펑파이신문 갈무리
중국 광둥성 마오밍시에서 십자로 통행을 가로막는 '알박기' 형태의 건물이 6~7월에 걸쳐 철거됐다. 한 지역 사업가가 매입과 철거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철거 전(왼쪽)에 견줘 철거 뒤(오른쪽) 교통 흐름이 원활해졌다. 펑파이신문 갈무리
공사 진행을 가로막는 극단적 ‘알박기’가 성행하는 중국에서 도로 확장 공사를 십수년간 막아온 건물이 ‘자진 철거’된 사연이 주목 받고 있다.

<마오밍만보> 등 현지 언론의 18일 보도를 보면, 광둥성 마오밍시 가오저우의 한 십자로에 자리한 4층짜리 건물이 오랫동안 교통 흐름을 막고 있었다. 한 지역 관리는 “십자로에 사각지대가 생겨 안전 위험이 있었고, 출퇴근 시간에는 만성 정체 구간이었다”고 했다. 주민들은 “십수년 이어진 문제였다”고 했다.

당국이 여태껏 왜 해결을 못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건물주가 더 많은 보상을 바라며 버티는 ‘알박기’였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난달 한 사업가가 건물을 자비로 사들인 뒤 곧장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5일 철거가 완료됐고, 이 사업가는 토지를 정부에 반환했다. 현지 언론들은 ‘알박기 건물을 사들여 철거한 사업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에서 토지 사용권은 민간이 가질 수 있고 건물 매매도 가능하지만, , 소유권은 국가에 귀속된다. 도로 확장에 나설 수 있게 된 도시계획 당국은 “철거 뒤 새로운 건물을 지은 게 아닌 데다, 토지는 바로 도로에 편입되므로 별도 절차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냈다. 십여년 해묵은 문제가 갑작스레 해결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각종 개발사업에서 극단적인 '알박기' 행태가 화제가 돼왔다. 한겨레 자료
중국에서는 각종 개발사업에서 극단적인 '알박기' 행태가 화제가 돼왔다. 한겨레 자료

현지 매체들은 사업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는 신분 공개를 극구 거부한 채 “가오저우 사람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고향에 보답하려는 것뿐”이라고 했다. 또 가오저우 출신으로 6세기 중국 남조 시대의 여걸인 승(?)부인의 ‘좋은 마음’(好心) 정신을 거론하며, “좋은 마음 정신은 줄곧 나를 격려해왔고, 후대에도 계승돼 존경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나라, 진나라, 수나라 등이 교체됐음에도 줄곧 인정을 받았던 승부인은 “세 주인을 섬겼지만 오로지 좋은 마음뿐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사업가의 성이 덩씨이며 인근에서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인물로 주로 선전에서 사업을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많은 이들은 그를 ‘신비의 사장님’으로 부르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추앙하는 분위기이지만, 그가 정부가 내세운 알박기 제거용 가상 인물이라거나, 매입과 철거를 포함한 프로젝트를 맡은 업자라는 추측도 나온다. 건물 매입 가격이 얼마였는지도 불분명하다. ‘좋은 마음 정신’은 지역 정부가 내세우는 전통 가치이기도 하다. 그는 현지 언론에 “많은 사람들이 각종 추측을 하겠지만 상관없다”며 덤덤해 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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