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기업이 소유한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농장에 대해 프랑스 세무 당국이 탈세 혐의 조사에 나섰다. 중국인들의 포도주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빚어지는 풍경들 가운데 하나다.
1일 <아에프페>(AFP) 통신 보도를 보면, 프랑스 경찰 소식통은 “중국 하이창그룹이 보유한 보르도 지역 샤토(포도 농장 및 와인 제조·저장 시설을 갖춘 와이너리) 10곳에서 돈세탁, 세금 사기, 위조 등 세금 범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이창그룹이 기술 기업 인수 지원금으로 와인 농장을 사들여 중국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자, 프랑스도 2014년 이후 이 기업을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본이 사들인 프랑스 보르도의 샤토는 160곳에 이른다. 2008년 이래 보르도의 샤토를 꾸준히 사들인 중국 기업인과 기업에는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영화배우 자오웨이, 농구선수 야오밍, 마오타이그룹도 포함돼 있다.
중국 자본의 ‘보르도 와이너리 쇼핑’의 배경에는 중국 국내 와인시장의 급성장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중산층의 포도주 수요가 늘자, 수입에 그치지 않고 샤토 매입까지 손을 뻗친 것이다. 중국은 5년 사이에 와인 수입이 2배 가까이 늘면서 와인 소비량이 현재 세계 5위인데, 2020년에는 미국에 이어 2위까지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부자들의 과시욕도 ‘보르도 원정’을 거들고 있다. 사치성 명품처럼 프랑스 와인의 고급스러움과 우아함 등 이미지를 사들인다는 것이다.
중국의 진출이 가시화하면서 프랑스 현지에서는 ‘전통을 포기하고 있다’는 불만이 종종 표출된다. 2012년에는 극우 정당 국민전선이 중국인의 샤토 매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기업에 인수된 한 샤토가 기존 와인의 이름을 ‘티베트 영양’ 등으로 바꾸자 여론이 출렁였다.
프랑스 일각에서는 보르도의 샤토에는 역사적으로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 여러 나라 자본이 진출했던 만큼 중국 자본도 다를 게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중국이 보르도의 노하우를 배워 자국 포도주 품질을 향상시키면 보르도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푸념도 한다. 실제 중국은 포도 농장 면적이 세계 2위이며, 포도주 생산도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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