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태어난 건강한 남자아이. 필요하면 신속히 연락 바람. 후난성 이양에 있음.”
17일 새벽, 중국 최대 인터넷 메신저인 웨이신(위챗)의 한 그룹채팅방에 올라온 글이다. 신생아와 산모의 모습을 담은 2개의 동영상이 그 뒤를 이었다. 이 메시지를 띄운 이는 “아이를 사려는 사람은 ‘영양비’ 명목으로 6만위안을 내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런 채팅방을 이용해 갓난아이 매매가 이뤄져왔다는 사실에 중국 대륙이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 후난성에서 웨이신을 통해 6만~9만위안(약 1023만~1534만원)에 신생아를 거래해온 중개상이 적발됐다고 홍콩 <명보>가 26일 보도했다. 이들은 그룹채팅방 5개를 열어놓고 전국 각지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했다.
용의자들은 불임으로 고생하는 ‘구매자’들과 불가피한 사정으로 양육을 포기하는 ‘판매자’들을 이어줬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 성립을 위해 중개상은 ‘구매자’에게는 신분증, 결혼증, 후커우(호적), 불임 여부 등을 확인했고, ‘판매자’는 미혼인데 뜻밖에 아이를 가졌거나, 기혼이지만 부양 능력이 없거나, 부모 모두가 입양에 동의하는 경우에 한정했다는 것이다. 17일 ‘판매 공지’가 뜬 아이도 사정이 어려워 부모가 부양을 포기한 경우였다.
용의자들은 ‘판매자’인 임신부를 확보한 뒤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미리 예약한 병원에 데려왔다. 용의자들의 근거지인 후난성 이양, 창사, 주저우에 이들과 연계된 병원이 있었다.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본격적으로 ‘구매자’를 물색했다. 2~3일 만에 ‘거래’가 대부분 성사됐다. ‘영양비’를 지불한 뒤 아이를 데려갈 수 있었고, 5만위안(약 850만원)을 더 내면 출생증명서 대리 발급도 가능했다.
용의자들은 취재 기자의 신고로 체포됐다. 이들에게는 입양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산아 제한 정책과 남아 선호의 영향으로 정식 입양 절차 없이 갓난아이를 사고파는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메신저 서비스를 통한 신생아 거래가 적발됐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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