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탄 전용차가 19일 중국 경찰의 호위 속에 베이징 시내를 달리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중국을 세번째로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환영식과 만찬, 공연 등으로 환대하며 핵문제 대처 과정에서 급속히 가까워진 양국 관계를 과시했다. 이례적으로 도착 직후부터 방문 사실이 공개된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앞서 두 차례 방중 때보다 규모가 커졌다.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는 군악대의 국가 연주와 3군 의장대 사열 등 환영행사가 열렸다. 행사 뒤에는 만찬과 공연 관람이 이어졌다. 지난 3월 첫 만남 때처럼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까지 나란히 서서 국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커창 총리, 왕치산 부주석 등 양국 당·정 요인들도 행사에 참석했다.
19일 김정은 위원장 일행의 차량 행렬이 지나는 연도에서 기자들이 카메라를 치켜들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도 항공기 여러 대가 뜨면서 출발 때부터 관심을 불렀다. 지난주 북-미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의 전용차 등을 실은 일류신-76 기종 화물수송기, 평양~베이징 고려항공 특별편(JS-251), 고려항공 정기편(JS-151), 그리고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로 이용돼온 일류신-62 기종 등 모두 4대가 이날 오전 차례로 베이징에 도착했다. 특히 ‘참매 1호’는 항공편 정보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서 조회가 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취재진의 카메라에 동체가 포착되면서 확인이 됐다.
마지막으로 착륙한 ‘참매 1호’의 도착 직후인 10시3분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모바일앱 속보에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보도됐다.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 또는 전용기가 되돌아가면서 북-중 국경을 넘은 뒤에야 방문 사실을 보도하던 ‘전통’이 깨진 것이다. 10시20분께 김 위원장의 전용차 ‘메르세데스 벤츠 S600 풀만 가드’를 비롯해 승용차, 버스 등 대규모 차량 행렬이 공항을 빠져나왔다. 전용차 등 차량 2대의 뒷문에는 김 위원장을 상징하는 휘장도 붙어 있었다.
교통이 통제된 시내 도로까지 진입은 수월했다. 공항에서 25㎞ 떨어진 건국문(젠궈먼) 지역에서 차량 행렬이 목격된 10시35분께, 선두 차량부터 마지막 차량까지 30대가량이 모두 지나가는 데 2분여가 걸렸다. 행렬은 천안문을 통과해 10시50분께 조어대 국빈관으로 들어갔다. 지난 3월 1차 방중 때보다 버스가 늘었다. 차량들은 오후 5시께 환영행사, 회담, 만찬 등이 예정된 인민대회당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확인했다. 중국 매체들의 ‘전통 깨기’에 당국도 거들고 나선 것이다. 이는 한국·일본 언론이 김 위원장의 방중설을 속속 내보낸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북한이 정상의 외국 방문도 ‘정상 국가’에 걸맞게 홍보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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