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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마르크스 200돌 떠들썩…‘정통유일 후계’ 자처 분위기

등록 2018-05-07 18:23수정 2018-05-07 21:23

CCTV 지난달 다큐 방송 이어
‘마르크스는 옳다’ 5편 편성
인민일보는 200돌 기념평론
기념식에 공산당 지도부 총출동
시진핑 “천년의 위인” 극찬 연설
독일생가에 5.5m 동상 선물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여섯째) 등이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카를 마르크스의 탄생 200돌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공산당원이라면 마르크스주의 경전을 읽으며 마르크스 원리를 깨닫는 것을 생활 습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여섯째) 등이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카를 마르크스의 탄생 200돌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공산당원이라면 마르크스주의 경전을 읽으며 마르크스 원리를 깨닫는 것을 생활 습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카를 마르크스는 중국이 있어 외롭지 않다?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돌(5월5일)을 전후해 중국에서 기념 열기가 뜨겁다. 다른 곳에서는 국가 차원의 기념 행사를 찾아볼 수 없고 기껏해야 ‘마르크스 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짚어보자’는 정도의 분위기이지만, 중국에서는 국부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수준의 기념 물결이 이어졌다.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은 4월 말부터 1일까지 5편짜리 프로그램 ‘마르크스는 옳았다’를 방영했다. 이 방송은 3월에는 ‘불후의 마르크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인민일보>는 ‘그의 영명함과 활동은 길이길이 남으리’라는 평론을 실었다. 2월부터는 베이징 중심가에 마르크스 기념 전시관이 개관해 관람객을 부르고 있다.

‘생일상’을 성대하게 차리게 만든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그는 칭화대 대학원 시절 ‘마르크스사상 정치교육’을 전공했다. 최근 간부들에겐 마르크스주의의 바이블인 <공산당선언> 학습을 지시했다. 개교 120주년을 앞둔 베이징대를 방문해서는 “15살 때 마르크스주의가 확실히 진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대적 축하 분위기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기념행사에서 절정에 달했다. 시 주석, 리커창 총리, 왕치산 부주석 등 지도부는 마르크스의 대형 사진을 걸고 기념식을 치렀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마르크스를 “천년 제일의 사상가”라고 극찬했다. 또 “공산당원이라면 마르크스주의 경전을 읽으며 마르크스 원리를 깨닫는 것을 생활 습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 제창으로 시작해 인터내셔널가 연주로 끝났다.

5일에는 마르크스의 고향인 독일 트리어에서는 중국 정부가 선물한 높이 5.5m 무게 2.3t의 마르크스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같은 날 중국에선 이 동상을 새긴 기념우표 판매가 시작됐다.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는 탄생 200돌 관련 좌담회, 독서회, 시 주석 연설을 다루는 학습회가 이어지는 중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마르크스 띄우기’ 열풍에서는 명목상 공산주의 틀을 유지하면서 중국을 제2대 경제대국으로 부상시켰다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지난해 개정된 중국공산당 당장(당헌)도 ‘행동 지침’ 맨앞엔 여전히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새겨져 있다.

내심 마르크스주의의 ‘정통 후계자’를 바라는 중국의 속내도 엿보인다. 정치평론가 장리판은 <명보>에 “20세기를 거치며 마르크스주의는 궤멸됐지만 중국 공산당 만이 유일하게 중국 특색 마르크스주의의 성공을 주장한다”며 “이런 배경에서 이뤄진 이번 기념행사는 중국 공산당이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며 권위과 해석을 주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점차 자본주의 색채를 강화하며 발전한 중국 사회를 ‘초급단계 사회주의’, ‘중국특색 사회주의’라 표현해 왔다. 결국 오늘날 중국의 모습을 마르크스주의에 따른 사회 발전의 모범이자, 중국 공산당의 성공으로 포장하려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 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 불평등은 마르크스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국이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수호자를 자처하는데서 보듯, 이념보다는 정치적·경제적 필요에 의한 ‘선택적’ 마르크스주의라는 것이다.

마르크스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도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관영 <중앙텔레비전>의 ‘마르크스는 옳았다’는 퀴즈 형식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마르크스를 잘 모르는 젊은층에게 다가서려는 했지만, 당국이 기대한 만큼의 환호는 눈에 띄지 않는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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