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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베이징대 ‘미투’ 그 뒤…국가전복죄까지 들먹이며 학생 압박

등록 2018-05-03 05:03수정 2018-05-03 08:52

20여년 전 교수 성추행 진상 규명 나선 여학생
“교직원이 엄마와 기숙사 찾아와 자료삭제 요구”
“국가전복과 매국 혐의 처벌 가능성까지 경고”

학교, 응원 대자보 붙자 철거하고 CCTV까지 설치
천안문사건 때 캠퍼스 떠올리게 하는 풍경에
올해 개교 120주년 맞은 베이징대는 전전긍긍
지난달 23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성폭력 사건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선 웨신의 용기를 성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왼쪽) 학교 당국은 몇시간 만에 이를 철거했고, 이튿날 바로 옆에 폐회로텔레비전(CCTV) 카메라를 설치했다.(오른쪽) 출처: 사회관계망서비스
지난달 23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성폭력 사건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선 웨신의 용기를 성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왼쪽) 학교 당국은 몇시간 만에 이를 철거했고, 이튿날 바로 옆에 폐회로텔레비전(CCTV) 카메라를 설치했다.(오른쪽) 출처: 사회관계망서비스
“합법적 권리를 쟁취하려는 후배들이 지금의 나처럼 분통을 참게 할 수는 없다.”

20여년 전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며 학교 당국과 충돌한 베이징대 4학년 여학생 웨신이 지난달 30일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학교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25일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준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현재 나는 학교에 돌아왔다”는 글을 남기고 침묵에 들어간 지 닷새 만이었다.

‘웨신 사태’는 ‘미투 운동’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던 중국에서 터져나온 폭로와 이어져 중국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웨신이 지난달 25일 “학교에 돌아왔다”며 남긴 글. 30일 발표한 글에서 그는 이 글이 가족들의 요청으로 이렇게 짧게 작성됐다고 밝혔다.
웨신이 지난달 25일 “학교에 돌아왔다”며 남긴 글. 30일 발표한 글에서 그는 이 글이 가족들의 요청으로 이렇게 짧게 작성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캐나다에 사는 졸업생 리유유는 선양 전 베이징대 교수가 1996년 학생 가오옌을 성추행했고, 피해자는 충격을 못 이겨 2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웨신과 친구들은 지난달 초 학교 당국에 선 전 교수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베이징대는 1998년 조사를 진행해 선양에게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웨신 등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조사 결과와 그로 인한 처벌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재요청했다. 학교는 이를 완강히 거절했다. 거절에 그치지 않고 웨신 등에 대한 입막음에 나섰다.

웨신은 지난달 23일 온라인 공개 편지를 통해, 학교 직원이 어머니를 대동해 기숙사로 들이닥쳐 정보공개 요청 관련 자료 삭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웨신의 폭로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날 밤 베이징대 캠퍼스에 그를 응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중국 대학생들은 1989년 천안문(톈안먼) 사건 당시 ‘단결’을 호소하며 캠퍼스를 대자보로 가득 채운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대자보는 ‘당연히’ 몇 시간 만에 철거됐고, 이튿날 그 자리에 폐회로텔레비전(CCTV) 카메라가 설치됐다.

5일간의 침묵을 깬 30일 글에서 웨신은 학교 당국이 위협하고 회유했지만 “다시 싸우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학교가 “위에서 정해놓은 것이 있다”며 국가전복·매국·국가분열 등의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폭로했다.

베이징대의 강경한 태도에 관영 매체조차 우려를 내놨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베이징대는) 학생의 요구를 똑똑히 알고,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며, 그들과 대화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영 매체의 이례적 ‘훈수’에 대해, 폭발 잠재력을 지닌 이번 사건이 더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4일 개교 120돌을 맞는 베이징대는 ‘웨신 사태’가 축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학교는 120돌에 맞춰 ‘옳은 것을 지키며 혁신하고, 미래를 이끌고, 베이징대의 꿈을 이루며, 중화의 꿈을 만들어가자’는 구호를 내놨다. 그러나 베이징대를 학문의 중심으로 만든 차이위안페이(1868~1940) 전 총장의 교육 이념인 ‘자유사상’과 ‘겸용병포’(두루 포용함)가 이번 일로 결정적으로 퇴행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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