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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미-중 무역전쟁 일본처럼 될까? 중국은 다르다?

등록 2018-04-17 18:08수정 2018-04-17 22:55

1980년대 미-일 무역마찰 닮은 모습 관심
정책적 국내 기업 육성에 미 기술 도입 시도
미 USTR 대표는 당시 부대표 맡았던 인물
중국 수출 비중이나 대미 안보 의존 낮아

미, 중 통신업체 ZTE에 거래 금지 강경 제재
중국은 미국 수수 반덤핑 예비판정으로 맞불
지난 13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항구에 화물선이 떠 있다. 칭다오/AP 연합뉴스
지난 13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항구에 화물선이 떠 있다. 칭다오/AP 연합뉴스
“1980년대에 일본은 미국에 큰 무역흑자를 보고 있었다. 미국의 강요로 플라자합의에 서명한 뒤 엔화는 급속도로 평가절상됐고, 이런 격렬한 변화는 일본의 시장과 산업, 경제 등 각 방면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중국은 일본의 쓰라린 교훈을 받아들여 경계심을 높이고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후쿠다 야스오(82) 전 일본 총리가 지난 9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최근 미-중 ‘무역 전쟁’ 국면을 보면서, 30년 전 미국이 일본을 굴복시킨 사례를 거울로 삼아 중국도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와세다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일본 최고 지도자를 역임한 그의 이웃에 대한 충고다.

1980년대에 일본은 주요 기업들을 글로벌 대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면서 고도성장을 이어가려 했다. 위기 의식을 느낀 미국은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보복 조처를 정당화하는 통상법 제301조를 무기로 일본을 압박했다. 아시아의 전통 강국이었으나 한때 어려움을 겪은 국가가 경제 성장을 발판으로 자국의 세계적 지위를 위협하자 미국이 불만을 품고 보복에 나서는 과정은 30년 전과 지금이 닮은 게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미-중 무역 전쟁 국면을 주도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한 인물이다.

일본은 1965년 미국을 상대로 첫 무역흑자를 기록한 이래 흑자 규모를 불려 87년에는 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때쯤 미-일 무역 마찰은 극에 달했다. 미국은 철강과 자동차 등 일본 제품에 반덤핑 조처를 하고 징벌적 관세로 위협하면서 수출 규제와 수입 확대를 요구했다. 1976~89년 통상법 제301조를 근거로 일본산 수입품에 대해 20여 차례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8월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를 실시한 근거로 쓴 바로 그 조항이다.

미국은 또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 평가절상을 강요하며 대일 적자 줄이기에 나섰다. 플라자합의 이후 1988년까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86%나 올랐다. 일본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내수를 진작하는 정책으로 엔고에 대응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산 거품 형성과 붕괴로 이어지면서 ‘잃어버린 20년’으로 빠져들었다.

중국이 일본처럼 굴복한다면 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일본처럼 ‘처참한’ 결과로 가진 않을 것이라도 전망이 나온다. 우선, 중국 경제의 체질이 당시 일본과 다르다는 분석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경제에서 수출의 기여도가 20%밖에 되지 않고, 경제 정책도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바뀐데다 위안화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차이점을 제시했다.

미국 의존도도 차이가 뚜렷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일본이 안보를 의존하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면서, 일본은 무역 전쟁은커녕 보복성 조처를 들이민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보복성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자 곧바로 맞보복 조처를 내놓을 정도로 대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무역 전쟁에서 항상 승리하지만은 않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1800년대 초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영국 선박의 해상 횡포에 항의하며 영국산 수입품을 거부했으나 불행히도 미국의 전체 무역이 붕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과 무역 마찰이 한창이던 시기에 미국은 인도에도 통상법 제301조에 따른 관세 부과 위협을 가하며 보험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인도가 협상을 거부하자 결국 미국이 물러섰다.

한편 미-중 무역 전쟁은 한층 격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6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중싱(ZTE)에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향후 7년간 금지시키는 강경한 조처를 취했다. 지난해 대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11억9000만달러(약 1조2775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과는 별도로, 미국은 중싱이 합의했던 임직원 징계 등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추가 조처를 취했다. 중국 상무부는 17일 미국산 수수에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리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18일부터 미국산 수수 수입업자들은 잠정적 덤핑 마진에 따라 최대 178.6%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

중국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유럽연합(EU)도 이날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 제소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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