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성 보아오 국제회의세터에서 10일 2018년 보아오포럼이 개막한다. 보아오(하이난)/AFP 연합뉴스
9일 중국 하이난성 관문인 하이커우공항에 도착하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진 옆에 ‘새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국가의 조타수’라는 글귀가 쓰인 대형 간판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국가의 조타수’는 과거 마오쩌둥을 가리킨 표현으로, 개인 숭배라는 지적에 사라졌다가 시진핑 시기 들어 다시 등장했다. ‘중국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이 열리는 이곳에서도 권력 집중이 한층 강화된 시진핑 2기 지도부의 풍경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10일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시 주석은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의 새로운 개혁 청사진과 함께 새 자유무역항 건설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엔 자유무역구가 11곳 있지만, 자유무역항은 중국 본토와 다른 체제를 허용하고 있는 홍콩뿐이다. 결국 ‘제2의 홍콩’을 조성해 무역과 금융, 관광 등 분야에서 한층 강도 높은 대외 개방 지역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올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적극적인 개혁 의지를 강조하려는 것이다. 1989년 천안문(톈안먼) 사건을 겪은 뒤에도 중국의 개혁개방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고 확인했던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에 빗대 ‘시진핑판 남순강화’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새 자유무역항은 중국 최남단 섬으로 이번 포럼이 열리는 하이난성에 설치하는 게 유력시된다. 제주도 18배 크기에 인구가 926만명에 이르는 하이난성은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를 향하고 있는 전략적 입지 때문에 군사적 의미가 큰 섬이다. 인민해방군 남해함대의 잠수함 기지가 있으며, 공군과 미사일 부대, 해안경비대, 군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우주선발사대가 위치해있다. 항공모함 정박 시설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이난은 일찍이 경제특구로 지정됐지만 실패한 특구 취급을 받아왔다. 1988년 광둥성에서 분리되면서 섬 전체가 경제특구(전국 7곳 중 하나)가 돼 투기성 자본이 몰리면서 1992년 성도 하이커우의 부동산이 3배 폭등하는 등 거품이 형성됐다. 이후 중앙정부 주도 아래 강한 대출 규제가 이뤄지면서 발전은 더뎌졌다. 지난 5년간 유치한 외국 자본은 중국 전체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2009년부터 ‘국제적 관광지’를 목표로 관광산업 육성에 나서 방문객이 지난해 67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늘었지만, 외국 관광객은 100만명 수준에 지나지 않아 ‘국제적’이란 바람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덩샤오핑도 성공시키지 못한 하이난 특구를 시진핑이 ‘제2의 홍콩’으로 발전시킬 수 있겠느냐는 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대외 개방이 확산할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 물음도 제기된다. 특히 ‘당의 영도’, 곧 중국의 현 사회 발전 단계에서는 당이 모든 부문을 올바르게 이끄는 것이 적합하다는 시진핑 2기 지도부의 노선이, 대외 개방 확대가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시장 결정’과는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보아오(하이난)/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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