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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시진핑의 ‘해결사’ …70살 왕치산의 화려한 복귀

등록 2018-03-18 17:00수정 2018-03-18 19:18

지난해 10월 은퇴했다가 국가부주석으로 복귀
최고지도부 7명 뒤이어 ‘서열 8위’…사실상 2인자
금융위기 대처, 사스 대응, 반부패 이끈 ‘소방수’
‘관례 무력화’로 시진핑 집권연장 장애물 없애나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회의 중 투표를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회의 중 투표를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적이면서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분투하겠습니다!”

1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투표로 선출된 왕치산(70) 중국 국가부주석은 헌법 선서를 마치고 탁자를 한 차례 내리쳤다. 의도가 무엇이건 그의 화려한 복귀를 알리는 소리였음이 분명하다.

이날 전인대 전체회의에서는 왕 부주석의 위상을 보여주는 일이 잇따랐다. 중국공산당 서열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투표용지를 넣을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는데, 8번째로 ‘평당원’인 왕치산이 투표함 앞에 서자 박수 소리가 한층 커졌다.

찬성 2869, 반대 1이라는 부주석 선출 표결 결과가 화면에 떴을 때도 인민대표들이 술렁였다. 앞서 국가주석(시진핑), 중앙군사위 주석(시진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리잔수)이 모두 만장일치로 당선된 데 견주면 ‘반대 1’이 도드라졌다. 그러나 5년 전 리위안차오 전 부주석 당선 때 반대 80, 기권 37, 무효 7표가 나온 것에 견주면 놀라운 찬성률이었다.

이날 시진핑 주석은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당선돼 집권 2기 출범을 완성 지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연임은 이미 기정사실이어서 그리 이목을 끌 일은 아니었다. 대신 지난해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모든 직함을 내놓은 왕 부주석이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가 표결권 없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서열 8위 구실을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서열 6위였던 1기 지도부 때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2인자’의 자리를 지켰다는 게 중론이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올해 7월 만 70살이 되는 왕 부주석은 소방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해결사’ 이미지가 짙다. 1997년 중국을 아시아 금융위기로부터 방어한 공로로 지방정부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고,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당시 베이징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주도했고, 2008~2013년 세계 금융위기 국면에서 부총리로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이끌었다. 시진핑 집권과 함께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에 올랐고, 지난 5년 당의 최고 감찰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반부패 드라이브를 맡았다.

따라서 왕 부주석의 복귀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 등 국제 질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라는 시각이 많다. 과거 국가부주석은 명예직에 가까웠지만, 왕 부주석에게는 금융 및 외교 분야의 경험을 십분 발휘할 기회가 될 것이란 뜻이다.

시 주석의 집권 강화를 위한 조처로 보기도 한다. 왕 부주석은 국가 발전을 위해 당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시 주석과 공유하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가 주도한 사정 작업은 시 주석의 경쟁 세력이 제거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문화대혁명 시기 산시성에 하방되면서 시 주석을 알게 됐고, 1989년 천안문(톈안먼) 사건 강경 진압을 지지한 야오이린의 사위가 되면서 시 주석처럼 ‘정치 2세’의 배경을 갖고 있기도 하다.

왕 부주석의 재등판에서 시 주석의 집권 연장 의도를 읽기도 한다. 지난해 당대회에서 왕 부주석이 물러나면서 ‘7상8하’(68살 이상 은퇴)의 불문율을 지킨 것으로 평가됐지만, 이번 복귀로 이를 깼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현재 65살로 5년 뒤면 나이로는 은퇴 대상이다. 하지만 국가주석 임기를 폐지한 상황인데다, 왕 부주석의 재등장은 시 주석에게 ‘선례’가 돼 5년 뒤 재집권의 명분을 깔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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