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 우창 전 칭화대 교수. 김외현 특파원
중국공산당이 제안한 국가주석 연임 제한 폐지 등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이 5일 개막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우창 전 칭화대 교수는 지난 28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을 대폭 강화하는 이번 개정안이 중국 민중과 최고지도자 사이의 직접적인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겠지만, 중국 사회의 혼란 위험도 높아진다는 경고다.
-중국 헌법이 그동안 개정돼온 과정에 비춰, 이번 조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은 다른 나라의 헌법보다는 정치적 선언 성격이 강하다. 새 총서기가 들어서고 집정 강령이 바뀔 때마다 사회주의시장경제, 사유재산 보호 등 내용이 반영되는 식으로 계속 바뀌어왔다. 다만, 이번 헌법 수정의 의미는 크다. 첫째는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것이다. 헌법 조항은 국가주석을 언급하지만 사실상 최고지도자의 임기 연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근본제도’라고 돼있던 조항에 ‘공산당의 영도는 중국특색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 특징’이라는 내용을 보탰다. 헌법에 특정 당의 지위가 반영되면서 헌법이 아니라 당법이 됐다. 이로써 중국에서 위로부터의 민주화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도상으로만 최고지도자의 임기 제한을 없애고 본인은 5년 뒤 퇴임할 가능성은 없을까?
“본인이 계속 집권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후계자를 고르려고 하는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차세대’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총리(2인자)의 후계자일 뿐 본인의 후계자를 뽑으려 하는 것은 아니다. 시 주석 시기에 들어서면서 지난 20년 동안 형성된 관료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아래서부터 경험을 쌓아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아니라, 괜찮은 사람을 자기 주변에 앉히는 식으로 권력을 구성한다. 그리고 최고 지도부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와는 별개로, 자기 사람들로 소그룹을 만들어서 운영한다. 이런 시스템이 지난 5년 동안 대담하게 잘 작동하면서 국내외 성과를 거뒀다. 지금은 고위 간부들이 이 그룹에 들어가고 싶어하게 됐다.”
-시진핑 주석의 권력은 얼마나 강해질까?
“두 차례 임기 이후 계속 자리를 지킨다면 ‘수퍼총통’이 될 것이라고 본다. 분권도 균형도 없다. 문제는 이것이 중국 정치의 균형 원리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민중이 불만을 느낄 때 지방정부에 항의하고, 중앙정부는 책임지고 이를 조정하는 구실을 맡았다. 지난 20년 간 중국 공민사회(시민사회) 운동도 이런 방식으로 중앙정부를 겨누지 않은 채 합법적 틀 안에서 진행돼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수퍼총통이 모든 권력을 갖게 되면서, 민중과 중앙이 직접 맞닥뜨리는 체제가 된다. 불만을 모두 최고권력자에게 돌릴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항쟁의 가능성이 풍부해졌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이란 반정부 시위가 최고지도자 아야톨리 하메네이를 향했던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본다.”
-시 주석은 임기 연장이 충분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판단했을 텐데 근거는 무엇일까?
“시진핑은 장쩌민·후진타오 등 관료 출신 총서기들에 견줘, ‘홍색 배경’(혁명 지도자의 후손)이 있어서, 홍색 집단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당내에서 견고한 기반을 갖고 있다. 또 중국의 미래 50년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제시했다. 이전 지도자들은 그런 것을 못해서 지식인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의 구호를 그대로 옮겨온 ‘중국몽’ 같은 민족주의적 지향이나 생활의 질 개선과 같은 구체적 목표를 통해 중산계급의 지지를 받았다. 불평등 해소를 내걸면서 성과를 거뒀다. 반부패 캠페인을 통해 경쟁 계파가 사라졌고, 감찰 세력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집권 연장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전인대는 이번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킬까? 갈등은 없을까?
“모든 대표들은 지난 1월 갓 선출된 데다, 지난 5년(시진핑 1기) 동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은 시진핑의 사람이거나 시진핑에 맞는 사람들일 것이다. 단, 과거의 계파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잠재적 계파가 있다.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푸젠성, 광둥성에 이르는 ‘동남 5개 성시’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곳인데, 동시에 덩샤오핑 시대 개혁개방 30년의 수혜자들이기도 하다. 덩샤오핑 정치 유산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곳들이다. 이곳의 대표들은 개혁개방의 수혜자이자, 신중산층의 일부이자, 관료들이다. 이들이 과연 전인대 안에서 투표로 반대 의견을 표출할지가 관심사안이다. 최근 며칠 사이 이런 사람들의 불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왔지만, 일반 매체에 보도되진 않았다. 5년 동안 조직과 동원 등 역량이 매우 약해졌다. 상하이와 저장성, 푸젠성은 시진핑이 거쳐간 곳이기도 하다. 과연 한달 동안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볼 만한 부분이다.”
-중국 중산층은 현재 삶에 만족하지 않나?
“지난해 19차 당대회(전국대표대회) 보고를 보면 시진핑은 ‘아름다운 생활’이라는 표현을 쓴다. 중산층의 만족감을 표현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어떤 불만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표현될 수 있을지, 또 시진핑은 이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지 등이 모두 관건이다. 지금으로서는 뭐라 말하기 힘들다.”
-시진핑의 집권 강화가 대외적으로 갖는 의미는?
“대외적일지는 모르겠으나, 헌법을 보면 개헌과 연임의 사명을 중국굴기와 민족주의에 연결시켰다는 인상을 받는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족주의를 위해 존재하는 헌법이 됐다. 헌법상 장애가 사라진 상태에서도 집권 2기가 끝나는 5년 뒤 연임 결정을 내릴 때 아무 이유 없이 집권을 연장하진 않을 것이다. 예컨대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던지 하는 상징적인 이유를 댈 것이다. 민족주의적 가치와 이유가 필요할 것이다.”
베이징/글·사진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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