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들에게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에 반대해 달라는 공개 요청을 올린 리다퉁(66·사진) 전 <빙점> 주편(편집장)은 27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인민대표들의 답변을 받고싶어 맨아래 전자우편 주소를 적어놨는데 그 사람들은 아무도 연락이 없다”며 “오히려 수많은 독자들에게서 지지 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베이징시 인민대표(우리의 국회의원 격)들에게 다음달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이번에 중국공산당이 건의한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 폐지안에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요구했다. 중국을 유례없는 대혼란에 빠뜨린 문화대혁명 이후 개인 독재를 막기 위해 고안된 제도를 없애는 것은 역사를 퇴행시키는 일이라는 이유였다.
<빙점>은 관영 <중국청년보>의 부록잡지로, 2005년 중국 당국과 다른 시각으로 근대사를 기술한 글을 실었다가 이듬해 일시 정간 조처를 당하면서 당시 주편이던 리다퉁도 해임됐다. 인터뷰는 전화 통화로 이뤄졌다. 아래는 전문.
-인민대표들에게 보낸 편지였는데 반응은 좀 있었는지?
“인민대표들의 답변을 받고 싶어 맨아래 전자우편 주소를 적어놨는데 그 사람들은 아무도 연락이 없다. 오히려 수많은 독자들에게서 지지 메일을 받았다.”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인민대표들이 내 말을 들을 가능성은 아주 적다. 중국의 인민대표는 (당과 정부의) 관료를 겸하는 양면적인 사람들이어서 개인적으로 이견이 있더라도 겉으로 밝히기 힘들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의사 표출을 하는 경우도 잘 없어보인다.
“중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 공민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있다. 이런 상황에선 나처럼 정상적인 발언을 하는 것도 위험해보이게 된다.”
-어제 글을 발표한 뒤 당국으로부터 경고 같은 건 없었나?
“현재로선 없다. 지금 나한테 경고할 일이 뭐가 있는가. 비록 중국의 선거엔 문제가 많다 해도, 유권자로서 인민대표들에게 어떤 요구를 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동이다.”
-중국 당국은 제도적 보완을 위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한다고 설명한다.
“온통 허튼소리다. 임기에 제한을 받지 않는 통치자는 모두 독재로 갈 뿐 다른 길은 없다는 걸 세계 역사가 일찍이 증명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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