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방중 첫날인 8일 시안의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둘러보고 있다. 시안/A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 사흘간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그의 방문이 영국과 미국의 고립주의 경향 속에 존재감이 높아지는 중국-프랑스 관계에 어떤 좌표를 설정하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문 첫날 산시성 시안에서 중국 고대 문명의 상징인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둘러봤다. 그는 시안의 학계 및 재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고대의 실크로드는 중국만의 것이 아니었다”며 “이런 길은 공유될 수밖에 없다. 길이라면 일방적일 리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안(옛 장안)은 당나라 시기에 동서양을 연결한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언급은 중국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프랑스의 협력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시안은 시 주석이 문화대혁명 때 쫓겨난 아버지를 따라와 7년을 산 ‘정치적 고향’이자 일대일로 사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일대일로 구상은 중국 자본으로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및 해상 물류 기반을 설치하는 것을 뼈대로 여러 관련국들과의 협력을 망라하는 사업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 전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과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과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주도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런 마크롱 대통령을 환대하고 있다. 그는 9일 권력 서열 1~3위인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 면담, 자금성 방문을 앞두고 있다. 자금성 방문은 두 달 전 방중 때 극진한 대접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에 즈음해 중국이 에어버스 항공기 100대를 구매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 가운데, <파이낸셜 타임스>는 에어버스사가 중국과의 합작 사업이나 톈진 공장 생산량 증대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10억유로 규모의 투자펀드, 프랑스가 300억달러가량 적자를 보는 무역 불균형의 해소, 테러나 기후 변화 등 글로벌 현안 공동 대응을 논의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논의는 큰 관심을 끄는 사안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과 프랑스는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등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분야에서 양쪽의 견해차가 돌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역설하지만 중국 시장은 여전히 해외 기업들에 실질적으로 개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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