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가격 인상에 불만을 제기해, 중국의 관리 당국이 삼성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중국 경제지 <21세기경제보도>가 22일 보도했다.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인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최근 반도체 가격이 계속 인상되는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삼성과 ‘약담’(約談·웨탄)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약담’(논의를 약속함)은 정식 조사 등을 위한 첫 공식 조처를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날 저녁 인터넷판에선 ‘약담’이 ‘소통’으로 바뀌었다.
전자전문매체인 <전자공정세계> 등도 최근 발개위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을 대상으로 짬짜미(담합) 협의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공식적인 조사나 공문을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반도체 가격을 문제삼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디(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주도하는 반도체 디램 가격은 지난 11월 3.59달러(DDR4기가비트 기준)이었다. 지난해 6월 1.31달러와 비교하면 2배 넘게 오른 것이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스마트폰 업체들은 세계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의 50~60%를 소비한다. 글로벌 디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75%를 차지하고 있다. <21세기경제보도>는 “세계 최대 전자상품 생산지이면서 소비시장인 중국이 이런 가격 상승으로 가장 많은 압력을 받고 있지만 피시나 휴대전화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대해 발언권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중국 쪽의 불만을 대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나선 것은 중국 기업을 대신해 한국 반도체 회사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10년간 16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성과를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가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중국 업계의 불만이 중국 내 실질적인 가격 규제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21세기경제보도>도 “현재로서는 반독점 조사를 시작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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