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 허용 이후 첫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지난 2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으로 입국한 뒤 손을 흔들며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중국 당국이 일부 여행사들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다시 제한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여행사들이 다시금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20일 중국 내 여행업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소업체 하이타오 여행사는 연말까지 단체관광을 포함한 한국행 여행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타오는 지난달 28일 단체관광 재개 뒤 닷새도 되지 않아 중국인 관광객 32명의 이른바 ‘파빙(얼음을 깨는) 선발대’ 한국 관광을 성사시킨 곳이다. 한 소식통은 “하이타오 여행사 외에도 몇 곳이 한국 상품 판매에 제한이 걸렸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비공식 지시를 통해 한국 여행을 제한시킨 중국 당국은 8달 만에 베이징과 산둥성에서 출발하는 단체관광은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당국은 한국행 팸투어(홍보성 초청 여행)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중국 12개성 150명의 사절단이 초청을 받아 19일부터 한국을 방문한다는 한국 매체의 보도가 나온 뒤, 베이징과 산둥성 외 지역은 팸투어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구두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한국행 팸투어에 참가하지 말라면서 한국 관련 상품의 광고도 유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이야기를 상하이의 한 여행사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업체들은 당국의 지시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같은 제한 조처가 여행업계 전체에 걸쳐 실시된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일부 관광객들은 이미 단체비자를 이용한 단체여행 상품으로 한국을 방문하기 시작한데다, 대형업체 중 하나인 중국청년여행사(CYTS)는 내년 1~2월 출발하는 한국 단체여행 상품도 정상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여행 금지를 실시할 때는 당국이 회의를 소집해 여행사들에게 직접 통지를 내렸는데, 이번엔 그런 회의가 있었다는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주중대사관 쪽은 “한국 법무부에 중국인 단체비자 신청도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여행 상품을 제한하는 당국의 조처가 중국 여행업계가 적극적으로 한국 관광 상품을 기획해 판매를 추진하는 데는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여행이 과열되는 데 제동을 걸기 위한 성격으로 풀이되는 만큼 업계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청년여행사 외에 다른 여행사들은 아직 의미 있는 한국 관광 마케팅을 하는 곳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광객의 한국 여행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은 저가형 단체관광에 의존하는 구조를 답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체관광이 봉쇄된 상태가 8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이미 개인 여행 위주의 한국 여행이 자리잡아가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주중대사관은 “이달 상반기 개별비자 신청이 지난해와 비교해 전 중국 공관은 2%, 주중대사관은 21%가량 늘었다”며 “지금까지의 감소 추세를 벗어나 증가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4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분야 후속 협상에서 한국 여행사가 중국 내에서 외국행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국내 여행사의 중국 영업권 허가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당국이 주도하는 ‘한국행 모객 금지’ 조처는 실질적인 효력을 얻지 못하게 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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