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중국 및 중화권 매체들이 전날 한-중 정상회담 소식을 주요뉴스로 다뤘다.
중국 및 중화권 언론들이 15일 전날 한-중 정상회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한-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치 1면에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전날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두 정상이 인민해방군(중국군) 의장대 앞의 붉은 카펫을 걷는 사진을 실었다. ‘시진핑이 한국 대통령 문재인과 회담을 하다’는 제목의 이 기사에는 “양국 정상이 양자관계의 전진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중-한 관계가 안정적으로 멀리 가도록 해야 한다고 동의했다”는 부제가 붙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정상회담 소식을 1면 머릿기사로 전하면서, “문 대통령이 ‘관건적 시기’에 방문하다”는 제목을 달았다. 기사는 양국 정상의 발언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한편, 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새로운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두 정상이 인민해방군 앞을 걷는 모습을 1면에 전하면서, 7면 기사에서는 “전쟁을 용납할 수 없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홍콩 <명보>는 한국 쪽 발표내용이었던 ‘4대 원칙’(전쟁불가, 비핵화,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을 제목으로 실으면서, 두 정상이 5개월 안에 3차례 만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환구시보>도 정상회담 소식을 1면에 싣고, 정상회담이 예정된 시간을 넘기며 이어졌다는 내용을 제목으로 전했다. 영문 <글로벌타임스>도 1면 기사에서 두 정상이 협력을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두 매체는 자매지 <인민일보>와 같은 사진을 실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가 회복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연합조보>에 “한국도 이미 배치된 사드를 철수시킬 수 없고, 중국도 사드 배치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한국이 사드 문제를 중한관계와 분리시키려 하는 가운데,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의 중국이 한발 물러나 이에 동의하면서 중한관계 회복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한)반도의 전쟁과 혼란을 막아야 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데 있어 중-한의 입장은 일관됐다. 이는 양쪽이 현재의 긴장 속에서도 실질적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기반”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은 사드 문제 해결에서의 의견 차를 더욱 좁히는 새로운 기초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롼쭝쩌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차이나데일리>에 “조선(한)반도가 점차 늘어나는 불안정 요소에 직면한 시기에 양국이 전략적 관점을 교류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의 페이지가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한-중을 ‘운명공동체’로 묘사한 내용 등을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민중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이로써 우리도 중한관계의 회복에 대해 더 많은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14일 한-중 정상회담 뒤 양쪽이 각각 내놓은 언론발표문은 공동성명이 아닌 탓에 내용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큰틀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양국의 교류 확대 관련 부분에서 한국 쪽 발표에 들어간 ‘문화’ 항목이 중국 쪽 발표에는 없었다. 한국 문화 콘텐츠 방영 및 연예인 출연 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시 주석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초청 및 북한의 참가를 위한 공동 노력도 한국 쪽 발표에만 있었다. 중국이 한국에 실질적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3불’(사드 추가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불추진) 관련 언급은 양쪽 모두 나오지 않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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