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3일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해 3박4일의 방중 일정을 시작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평화의 상징 비둘기 3000마리가 13일 오전 난징 하늘을 날았다. 중국이 추산하는 학살 피해자 30만명을 상징하는 숫자다. 중일전쟁 때 일본군이 자행한 난징대학살 80주기를 맞아 중국이 대규모 추모행사를 열었다.
이날 장쑤성 난징시의 대학살 희생자 기념관에서는 1만명의 추모객이 운집한 가운데 국가추모일 행사가 열렸다. 12월13일은 2014년 중국 정부가 지정한 추모일로, 1937년 12월13일부터 약 6주간 일본군이 점령한 난징에서 학살된 피해자들을 비롯해 화학무기·세균전 사망자, 강제노역 사망자, 위안부 피해자 등을 추모하는 날이다. 올해 행사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3년 전 국가추모일 지정 때 이후 처음으로 참석했다.
위정성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추모 연설에서 “전쟁은 거울과 같아서, 우리로 하여금 평화의 귀중함을 알게 해준다”며 “일본 군국주의가 시작한 이 전쟁은 중국 인민에게는 거대한 재난을, 일본 인민에게는 거대한 상처를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일은 근린이며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중-일 관계가 ‘평화·우호·협력’의 큰 방향을 기조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베이징에 도착해 3박4일의 국빈 방문을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오늘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여전히 아픔을 간직한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노영민 주중대사는 한국 대사로는 처음으로 난징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지시로 공항 영접에 불참하고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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