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귀국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맨 오른쪽)이 20일 오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오른쪽 둘째)의 마중을 받으며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귀빈 통로를 통해 나오고 있다. 쑹 부장은 방북 첫날인 17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18일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과 만나는 등 3박4일간 방북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20일 귀국했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면담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쑹 부장이 귀국했는데도 양국 관영언론에서 면담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이상 신호’로 여겨진다. 지난 5년 동안 쑹 부장 이전에 북한을 방문한 부장(장관)급 이상 중국 고위급 인사는 4명으로, 왕자루이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2012년 7월30일~8월3일, 당시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리젠궈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2012년 11월29~30일),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2013년 7월25~28일),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2015년 10월9~12일) 등이다. 이들은 모두 김 위원장을 접견했다.
20일 <신화통신>은 “쑹타오 부장이 조선노동당 지도자들과 회견·회담했다”고만 전했을 뿐 김 위원장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쑹 부장은 평양에 도착한 17일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에게 주는 선물을 전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전 중국 쪽 고위급 인사들이 모두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선물을 전달한 데 비춰보면, 애초부터 면담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지금으로선 면담 관련 발표가 이후에 나올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만약 면담이 불발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북-중 관계가 전에 없이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 주석의 특사가 방문했는데도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이는 중국의 대북 외교가 실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결국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미 북-중 관계가 사상 최악이라는 진단을 내려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잇따라 채택되자, 북한은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결의에 동참한 데 섭섭함을 표해왔다. 무엇보다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해온 북한과, 대화를 통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중국 사이에 입장 차가 너무 큰 상황이다. 20일 <신화통신>도 쑹 부장과 북한 고위지도자들이 “양당·양국 관계, 한반도 문제 등 공동 관심의 문제에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언급해, ‘북핵 또는 한반도 핵 문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핵 문제에 대한 북-중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만나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얼굴만 붉힌다는 판단 아래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면담 불발이 사실이라면 최근 중국의 대북 압박·제재에 대한 북한의 우회적인 불평불만의 표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후에라도 면담 사실을 확인하는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일정 수준의 전략적 끈을 유지하는 것이 북-중 모두에 유리한 상황인데도, 특사로 온 쑹 부장을 김 위원장이 만나는 게 어려운 상황까지 갔다는 것은 핵심 메시지인 북핵 문제와 그로 인한 북-중 관계에서 양측의 이해관계 차이가 크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당대회 이후 중국이 북한에 권력 서열 최고위 25인에 해당하는 정치국원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급이 낮은 중앙위원인 쑹 부장을 보낸 것에서부터 북한과의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17~18차 당대회 이후에는 중국 정치국원이 북한에 갔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격이 낮은 중앙위원이 갔다. 또 과거에는 당대회 뒤 중국 특사가 북한을 가장 먼저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라오스와 베트남을 거친 뒤 갔다. 북이 섭섭하거나 불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지은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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