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오른쪽)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룡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인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을 하루 앞둔 1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각각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서로 맞추기라도 한 듯 모두 4면에 전날 <신화통신>과 <조선중앙통신>이 동시에 발표한 한 문장짜리 보도를 그대로 실었다.
매우 짧기는 해도 북·중 관영 매체가 동시에 같은 식으로 보도한 것은 당국 간 사전 소통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양쪽 모두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노동신문>은 중국의 관영 연구기관이 학술교류를 위해 방북했다는 소식도 1면에 게재한 적이 있는데 특사 방문을 아주 작게 게재한 것은 당장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현 상황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문의 의미가 크게 해석되는 것을 일단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쑹 부장은 첫날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배석자들과 함께 회담했으나 내용은 즉각 전해지지 않았다. 공항에서는 리창근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이 쑹 부장을 영접했다.
쑹 부장은 지난해 5월 북한이 노동당 제7차 당대회 뒤 특사로 보낸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하지만 그가 대북 경험이 풍부하지 않고, 정치국원 신분으로 2012년 특사로 파견된 리젠궈에 비해 격이 낮은 중앙위원급이라는 점은 양국 간 유대가 약화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도 지난 2년여간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방문한 것이라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쑹 부장의 방북에 대해 “주요 목적은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결과를 통보하고 북측과 양당, 양국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례적 방문만은 아님을 시사한 것이다.
쑹 부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제17차 당대회 때의 류윈산 특사나 2012년 제18차 당대회 때의 리젠궈 특사는 각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후진타오 당시 주석의 구두 친서와 시진핑 주석의 친서를 전했다. 이번에는 중국이 당대회를 거쳐 새로 정립한 ‘신형 국제관계’ 등 대외정책과, 최근 미-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정리한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11월16일 <노동신문> 4면(왼쪽)과 <인민일보> 4면에 각각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북한 방문 소식이 실렸다.
상황과 시점 때문에 중국에서도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있다. 관영 <차이나 데일리>는 사설에서 “쑹 부장의 방문은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관련국들의 견해차가 접근하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라고 짚었다. 이 매체는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한반도 평화·안정에 의견을 모았음을 상기시켰다.
특히 한-미, 미-중 정상회담까지 한 직후이고, 북한이 이날로 63일째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 북-미의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에 쑹 부장의 방북이 어떤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언제를 기점으로 삼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60일간의 도발 중단’을 대화 재개 신호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반면 쑹 부장의 방북이 별 소득이 없이 끝나면 긴장의 지속이나 악화로 이어질 개연성도 다분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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