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17일부터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 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특사로 쑹타오 당 대외연락부장(장관급)이 17일 북한을 방문해 지난달 열린 19차 당대회(전국대표대회)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15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비슷한 시각에 쑹 부장의 방북 사실을 발표했지만 시기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장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가 북한을 공개 방문하는 것은 2015년 10월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류윈산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 이후 처음이다.
쑹 부장의 방북이 오랫동안 고위급 교류도 끊기다시피 할 만큼 얼어붙은 북-중 관계에 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회주의권 국가들 사이에는 당대회 뒤에는 대표단을 파견해 결과를 설명하는 전통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특사 방북은 어느 정도 예정된 사안이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졌고,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해법이 주요하게 논의된 이후라 중국이 어떤 카드를 들고 북한과 대화를 하고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최근 두달 넘게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긴장 고조 행위를 자제하고 있는 점도 대화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쑹 부장 방문 기간 동안 중-조(북) 쌍방은 19차 당대회 통보 외에 양당·양국 관계 등 공동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국가 관계보다 당 대 당 외교를 중시하는 사회주의권 전통에 따라, 북한도 지난해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 뒤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중국에 보내 결과를 설명했다. 쑹 부장도 최근 당대회 결과를 전하기 위해 베트남과 라오스를 방문한 바 있다. 다만 2007년 제17차 당대회 뒤 특사로 방북한 류윈산 중앙선전부장과 2012년 18차 당대회 뒤의 리젠궈 전인대 부위원장이 권력 서열 25위 안에 드는 정치국원이었던 데 견주면, 중앙위원(권력 서열 204위까지)인 쑹 부장은 특사의 급이 한 단계 낮다.
쑹 부장의 방북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쑹 부장은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가지고 북한에 미국의 입장, 중국과 합의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대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말할 것”이라며 “결과가 좋으면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추진 얘기도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외연락부장은 당대당, 최고지도자 간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쑹 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면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반도 정세를 변화시키려는 계획을 마련해 적극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반응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북핵 문제에선 북·중의 입장 차가 분명해서 한 차례 접촉만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양쪽이 함께 발표한 것만 봐도 어느 정도 소통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관계 진전을 기대한다”면서도 “순식간에 모든 것이 타결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지은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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