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보도…청와대는 소개 않은 대목
‘3불’ 시사하며 ‘실질적 노력’ 강조하기도
“오리가 봄 먼저 안다” 등은 안 나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14일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의 회담 소식을 보도했다. 신화통신 갈무리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의 회담과 관련해, 중국 관영매체는 리 총리가 ‘핵심이익’, ‘중대우려’에 대한 존중을 재차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의 14일 회담 관련 보도를 보면, 리 총리는 “쌍방이 여러해 동안 쌓아온 정치적 상호신뢰를 귀중히 여기고,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우려를 존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가 ‘전략적 안보 이익 훼손’이라고 맹반발하면서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해왔다. 회담 뒤 청와대도 리 총리의 발언을 소개했지만 이 부분은 없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중국이 사드 문제를 ‘핵심이익’, ‘중대우려’ 등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리 총리는 또 “중-한은 얼마 전 단계적으로 사드 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 공동인식에 이르렀다”며 “한국이 계속 실질적으로 노력해서 중한관계 발전에 장애를 없애고 중한관계가 정확한 궤도의 평온하고 건강한 발전을 확보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실질적 노력’이라는 표현은 10월31일 한-중 양국의 사드 문제 관련 합의 당시 한국이 밝힌 이른바 ‘3불’(미국 엠디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음)의 실천을 중국이 강조해온 것과 잇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이 언행일치해, 위에 말한 약속을 실천하고 관련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 바란다”고 말하면서, ‘약속’이란 표현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밖에 리 총리는 중-한이 “광범위한 공동이익과 거대한 협력의 잠재력”이 있다며, 경제·무역, 금융, 제조업, 환경보호 등 분야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인적 교류 강화를 통해 “민의의 기초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지난해 사드 논란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 및 한국 연예인들의 출연이 중단된데 대해, 중국은 당국의 개입을 부인하면서 ‘민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문 대통령은 “한중관계는 새로운 시작점에 서있다”며 “한국은 중국과 함께 적극 노력해, 정치적 상호신뢰를 재건하고 경제무역, 인적교류 등 교류협력을 회복하고, 양국관계가 이른 시일 안에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돌아오도록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은 전했다. 다만,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리 총리의 동정을 전하면서도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신화통신> 보도에선 ‘봄’을 두고 두 지도자가 인용한 구절도 소개되지 않았다. 앞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중국 고전에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 아직 봄은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라는 글을 봤다. 오늘 총리와의 회담이 다양한 실질 협력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리 총리는 “중국에 이런 말도 있다.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강물에 있는 오리가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화답했다고 전한 바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인용한 구절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보아오포럼 연설에서 인용했던 문장으로, 2014년 7월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일부 국내 언론에 실린 ‘특별기고’에도 나왔던 구절이어서 눈길을 끈다. 원문은 ‘일화독방불시춘 백화제방춘만원(一花獨放不是春 百花齊放春滿園)’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