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수입 확대를 강조하면서 무역 불균형 문제에 사전 대응하고 나섰다.
중산 상무부장은 7일 <블룸버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무역흑자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묻는 질문에 “중국은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수입 정책을 가속화해왔다”며 “회계와 세금 정책, 재정 등의 정책으로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 부장은 내년 11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중국국제수입박람회를 거론하며 “이 박람회 개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경제를 개방한다는 선언을 이행하는 신호”라고 말했다. 중 부장은 “중국은 앞으로 5년 동안 10조달러(1경1135조원)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미-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부당한 무역 상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엄청나며,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해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 해소를 공세적으로 요구할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은 미국 상품의 대규모 수입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하는 미국 기업인들은 중국의 시장 개방 확대를 바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 2일 에너지, 첨단기술, 원자재, 대두(콩) 등 분야 기업인 29명이 선발됐다고 전한 바 있다. 이들의 최대 관심 사안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맞닥뜨리는 각종 장애 요소들이 사라질지 여부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으로 보호주의 경향이 대두되면서 중국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첨병을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한 각종 조처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방중단에 포함된 미국의 폐수 처리업체 비로먼트는 이번 기회에 중국에 진출해 중국 건설기업, 철강기업과 9억달러대 계약을 마무리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트럼프가 오지 않았다면 그런 큰 거래를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중국과 거래하면 금액에 0이 하나 이상 더 붙기 때문에 모두 흥분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한 뒤 저녁엔 자금성에서 시 주석이 주최하는 연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관광객들의 자금성 입장이 전면 차단되는 가운데 두 정상은 우선 자금성의 작은 서재 삼희당에서 차를 마신다고 홍콩 <명보>가 전했다. 뒤이어 평소에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건복궁으로 자리를 옮겨 만찬 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희당과 건복궁은 모두 청나라 전성기 황제인 건륭제와 관련된 곳이다. 청나라 건륭제의 서재이자, 숙소, 집무실로 쓰인 양심전의 서쪽 건물인 삼희당은 왕희지의 서예 등 중국의 보물들로 장식된 서재 공간이다. 건복궁과 그 정원은 건륭제가 보물을 보관하는 한편 이곳을 위해 수많은 시와 글을 쓸 정도로 아낀 곳이다. 건복궁은 1923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2011년 중건됐으며, 일반인에겐 공개되지 않고 주요 외교행사에만 쓰인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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